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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 Apr 22. 2019

광화문에서 한 생각

젊음의 궁상



광화문 교보문고 맞은편에 있는 커피빈 흡연실에 앉아있어.
커피를 마시며 좋아하는 책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어.
그러다 책장 위에 내려앉은 햇살에 생각에 잠겼어.

광화문에 가기 위해서는 집에서 한 블록 떨어진 버스정류장까지 걸어야 하고,
걸어가며 좋아하는 음악에 발을 맞춰 걷기도 해.
파란색 602번을 타고 가는 길 차창밖의 풍경들을 바라보며 여러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주말엔 늦잠을 자다 늦은 샤워를 하고서 젖은 머리로 장을 보러 나갔어.
돌아오는 길 마주친 집주인 할머니와 인사도 나눴어.

새벽까지 그림을 그렸어.
밤을 새운 후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난 잠을 자는 대신
그 감정을 가슴에 담은 채 카메라를 둘러매고 밖으로 나왔어.
이제는 탈 수 없는 통일호 기차를 타고 발 닿는 곳으로 향했어.

사소한 일상들을 곱씹어보다 나는 다시 책의 한 페이지로 돌아왔어.
나는 저런 일상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지. 준비 없이 떠나는 걸 무척 좋아했지.
그 뒤에 찾아오는 알 수 없는 쓸쓸함 마저도 종이 위에 옮기는 사람이었지.

카페를 나와 집으로 가는 대신 가까운 기차역으로 발걸음을 옮겼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행하지 못했던 시간들의 보상을 할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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