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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 Apr 22. 2019

신의 음료

젊음의 궁상



국내에 별다방 1호가 생긴 것이 99년이고 정식으로 한국지사가 생긴 건 2000년이라고 해.
그러니 내가 프랜차이즈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이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건 커피의 맛? 원두? 원산지? 이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야.
어릴 적 어른들이 ‘ 그거 마시면 잠 안 온다~’라고 말하던 음료는 잠을 방해하는 어떤 효과도 내겐 주지 못했었고,
그저 커피를 파는 곳 중에서 로고 모양과 색이 가장 예뻤던 곳을 선택한 것뿐이었어.

밥 한 끼에 맞먹는 가격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그래서 밥을 안 먹었어.
원목으로 꾸며진 아늑한 실내와 조용한 음악 그리고 그 예쁜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햇살, 계절의 색 등을 구경하며 보낸 시간들은 밥 한 끼의 배부름보다 더한 포만감을 주었어.

시간이 흘러 그 좋아하는 음료를 만드는 자격증도 따고 커피숍에서 일도 했지만 여전히 내게 커피라는 음료는
그 자체의 의미보다 한잔을 마시며 내가 보고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의 선물세트 같은 느낌이야.
우연히 들른 커피숍의 초보 바리스타가 조금 태운 아메리카노를 건네주어도, 리저브 매장에서 거창하게
소개해준 산미가 강한 커피맛에 미간에 주름이 져도 그런 사소한 것들은 방해할 수 없는 큰 따뜻함이 손으로
전해져 올 때 나는 큰 안도감을 느껴.

오늘도 커피 한잔 마실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있어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이 따스함과 나른함의 감정을 잘 간직했다 그림으로 옮길게요.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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