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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 Apr 23. 2019

데우는 동안

젊음의 궁상



오랜 시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
하지만 고통스러운 그것에도 내성이라는 게 생겨서
그저 혼잣말로 투덜투덜 거리는 요즘이야.

하루는 인터넷에서 우유를 따뜻하게 마시면 잠이 잘 온다는 글을 봤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 뒤 전자레인지에 우유를 넣었어.

빙글빙글 돌아가는 우유와 새어 나오는 노란빛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어.
복잡하고 무거웠던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컵과 함께 돌고 돌다
컵에서 올라오는 하얀 김처럼 증발해버리고 마음이 차분해졌어.

띵.
고요함을 깨는 전자음이 들리고 노란빛이 꺼진 후에도 나는
하얗고 따뜻한 액체가 식도에서 위까지 도달하는 것을 느끼며
한동안 그 안정감에 편안한 숨을 쉬었어.

그동안의 불면이, 고민들이 모두 사라질 것만 같은
어느 때보다 따뜻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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