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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 Apr 24. 2019

다림질

젊음의 궁상



그림 그리는 행위를 제외하고
마음의 평온을 얻는 행위를 꼽자면 단연코 다림질이야.

나는 요즘도 세탁소에서 쓰는 긴 스팀 줄이 연결된
다리미를 갖는 것을 언젠가의 목표로 생각할 만큼
다림질을 좋아해.

다림질은 모두 재밌지만 특히나 셔츠와 겨울 코트 손질이
재미있어.

옥스퍼드 셔츠는 빨래를 해 놓으면 구겨짐이 직접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걸 보면 역설적으로
깔끔하게 펴게 될 생각에 두근거린달까?

다리미의 뾰족한 끝 부분으로 단추 사이사이까지 꼼꼼히
다릴 때 느껴지는 희열. 특히나 셔츠의 뒷부분 주름을 다릴 땐
수십 년 경력의 달인이 된 마음으로 신중을 기하기도 해.

코트 손질은 또 다른 느낌의 재미가 있어
날을 잡아 면도기로 코트의 보풀을 전부 긁어내 준 뒤에
스팀으로 코트 안쪽부터 찬찬히 형태를 잡아주는 거야.
검은 코트의 경우엔 돌돌이로 먼지까지 제거해 주고서
섬유 탈취제를 뿌려주면 마치 일류 요리사가 환상적인
플레이팅을 마치고 짓는 미소를 짓게돼.

그렇게 빳빳하고 깨끗하게 다림질되어서 걸려있는
옷을 침대에 누워 바라볼 때면, 내일 당장 그 옷을 입고
외출할 약속이 없어도 가슴속은 뿌듯함으로 꽈악 차게 되어서
기분 좋은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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