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없이 산책하는 게 버릇이 되었다. 쇳덩이 하나 없는 몸으로 밖을 돌아다니면 온라인으로 소통이 불가하나,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을 오프라인에 모두 쏟을 수 있다. 폰이 있으면 시간을 확인할 수 있지만, 없으면 지나가시는 분께 "혹시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될까요?" 용기 내서 말을 걸어야 한다. 시간을 알게 되는 동시에 지나가는 분이 처음 만난 사람에게 짓는 표정과 내는 목소리를 알 수 있다. 사람의 목소리와 표정을 아는 시간이 많아지는 게 좋아 폰을 2시간만 외롭게 집에다 두는 걸 즐긴다.
동네 뒷산을 휴대폰 없이 다녀왔다. 점점 높이 올라가다가 다리가 아파오고 숨이 가빠오고 가슴이 답답해질 때, 여기서 사고가 나면 구조 요청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졌다. 사람이 옆으로 지나가면 무서움이 줄어들었다가, 혼자 올라가는 시간이 길어지면 다시 무서워졌다. 깊이 들어갈수록 인적은 드물어지고 돌아가야 하나 싶을 때쯤에, 멀리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뽈 잡아라아악!"
"어이!"
목소리가 여럿이었는데 아무래도 스포츠 같았다. 산속에 갈수록 이상하게도 목소리는 점점 크게 들렸고 내용도 다양해졌다.
"와 나이스 캐치!"
"스타트 빨리 안 하나!! 빨리 뛰어라아!"
공이 방망이에 맞는 '딱' 소리, 소리가 나자마자 타다닥 모래 위를 뛰어가는 소리. 그제야 야구 훈련을 하는 사람들이 내는 소리구나 확신했다. 땡볕 아래서 남자들이 공을 글러브로 잡고 다른 선수에게 뿌리는 모습. 그 모습이 뭐라고 땡볕을 맞으며 한참을 감상했다. 지나가시던 등산객은 '저 사람은 뭘 저리 등산 중에 열심히 보고 있나' 싶으셨을 거다. 야구 코치가 공을 배트로 때려서 보내면 수비수가 잡아서 다른 수비수에게 던지는 단순한 훈련... 그렇지만 선수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크게 기합을 넣는 선수, 조용히 기합을 넣지만 열심히 뛰는 선수, 공을 잡지 못하면 분해하는 선수, 플레이를 잘해도 아무런 티를 내지 않는 선수 등 다양한 선수가 모여서 연습을 하다 보니 일어나는 일도 다양했다.
평소 같았다면 폰을 꺼내 들어 사진을 찍고 친구에게 현 상황을 알려줬겠지만, 폰을 보는 시간보다 내가 야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확히는 땡볕에 연습을 하는 남자들의 모습이 뜨거웠고, 나도 휴대폰을 보지 않고 몸을 격하게 움직이는 것에 몰입하는 순간을 좋아한다는 걸 되새겼다. 폰을 보느라 생활반경에서만 돌아다녔다면, 앞으로는 폰을 보지 않고 생활반경이 아닌 곳에서도 가 보며 잊고 있었던 감각을 살려보겠다. 온전히 쉬는 순간을 오프라인에서 찾아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