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아 화가 났다. 1시 7분에 마산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1시 5분쯤 4번 정류장에 도착해 의자에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양치를 못 해 입이 찝찝했지만 오뎅과 물떡을, 아니 떡오뎅을 급하게 먹느라 양치까지 할 시간이 없었다. 급한 대로 무설탕 멘토스를 두 알 씹어먹었으나 은은한 상쾌함 후엔 은은한 찝찝함이 왔다. 1시 6분. 버스가 아예 보이질 않는다. 이럴 거면 그냥 양치하고 올 걸. 그래도 1시 7분엔 도착하겠지. 양치를 못 한 게 억울해서라도 최소한 정해진 시간에는 도착해야만 한다. 1시 8분. 여전히 버스는 안 보인다.... 장난하나? 왜 늦는다는 안내도 없이 사람을 기다리게 하지? 항상 창원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러 갔었고, 정류장에 버스가 늦게 도착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창원 가는 버스 타는 정류장 맞잖아..! 고개를 들어 무슨 행 버스인지 적힌 간판을 확인했다.
창원.
아... 창원 맞네. 맞으면 안 되는데. 나 마산 가야 하는데.
어쩐지 줄 서는 사람이 없었다. 버스가 늦는다는 안내도 없었다. 정류장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여유롭게 서성이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기사님께 "1시 7분 마산행 버스 왜 안 오는 걸까요?" 하고 물어봤다면, 심지어 화까지 냈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부끄러움을 맛봤을 것이다. 부끄러움도 문제지만 기사님께 죄송해지는 일이다. 아무리 짜증 나고 화나는 일이 있어도, 드러낸 감정은 주워 담기 힘들기에, 상대를 향한 화가 오해인지 아닌지를 판별해야 한다. 화를 내는 건 그다음이다.
마산행 버스표를 다시 끊은 덕에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공용 화장실에서 여유롭게 양치질을 했다. 치아 건강을 위한 의도적으로 행선지를 착각한 것이다. 아무튼 그런 거다. 의도적이었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