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아이를 혼내는 어른을 보고 든 생각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분명 끼고 있었는데도 옆이 시끄러웠다. 얼굴을 찌푸리며 노이즈 캔슬링을 해제했다.
"아니 쟤는 자기 친구들한테 그러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도 똑같은 행동을 계속한다니까?"
어른이 아이를 질책하는 소리였다. 내가 앉아 있는 좌석에는 어른 한 명(A), 아이 두 명이 있었고, 반대편 좌석에는 어른 한 명, 아이 한 명(B)이 있었다. A가 반대편 좌석의 어른에게 B의 잘못을 계속해서 일러바치다 보니, 이어폰을 끼고 있는 내 귀에도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A의 질책을 듣는 어른은 당황스럽다는 듯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만 끄덕이고 있고, B는 질책이 계속될수록 눈가가 촉촉해지며 서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 정말 보기 불편한 광경이었다. 왜 질책을 듣는 어른은 가만히 있는가?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지 않은가. 아이는 울고 있다. 질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잘못이 퍼지는 게 한없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저 아이에게 이 상황은 성인이 되어서도 트라우마로 남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한 마디 하고 싶었다.
"혼내실 거면 공공장소에서 벗어난 곳에서 혼내세요"
사실 버스 안 불륜 남녀에게 경고한 것처럼 "목소리 좀 낮춰 주세요" 해도 되었을 텐데. 그럴 걸 그랬다. 버스 안에선 잘했는데 지하철 안에선 어려웠을까?
요새 중학생 대상으로 과외를 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른이 아이를 대하는 방식을 많이 생각한다. 이번에 지하철에서 겪었던 아이 질책 사건은 나도 중학생 아이가 문제를 풀지 못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잘못된 방식으로 훈계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아이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 아이에게 상처를 준 사건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