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캐스트 면접을 보기 전 대기하는 장소인 '로리하우스'에서 볼 수 있는, 어린이에게 말하는 느낌의 문구다. 저 눈망울이 그렁그렁한 리본 달린 너구리가 대체 누구, 아니 무엇이길래 들키기 전에 장난감을 정리해 달라고 부탁하는 걸까? 장난감은 이곳에 왜 있는 것이며, 정리하지 않은 사람에게 로리는 어떤 행동을 하는 걸까?
사실은 로리하우스 내부를 둘러볼 정도의 시간 여유가 생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면접 시간인 오후 2시 40분에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겨우 맞춰서 롯데월드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었음에도 택시를 탔다? 지하철 배차 간격 계산에 실패했다는 말이다.
경성대. 부경대역, 벡스코역, 오시리아역 이 3 역을 거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1분 정도라 하더라도, 동해선을 놓치면 51분이 걸린다.
보통 부산의 지하철은 보통 배차간격이 5분인데, 이름도 특이한 '동해선'이란 녀석은 배차간격이 무려, 최소 20분이나 된다. 동해선을 놓치면 면접 시간에 무조건 늦는다. 그런데 이 사실을 바보 같게도 면접 당일, 벡스코역에 도착해서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 보고는 알았다는 것. 무빙워크가 있었지만 뛰기 위해 무빙워크 옆을 쏜살같이 지나서, 에스컬레이터를 두 칸씩 뛰어 올라갔지만, 헥헥거리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눈앞에서 동해선은 출발해 버렸다.
벡스코에서 동해선을 타기 위해 지나며 볼 수 있는 모습
어쩔 도리 없이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님께서 대화를 하시려는 낌새를 보이시면 보통 대화를 하면서 가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대화고 뭐고 일단 내가 먼저 '면접에 늦으면 제 인생이 망하고 말 거예요' 정도의 급박한 낌새를 보여야만 했다. 기사님께서는 급해 보이는 나를 안심시키고자 하셨는지,
"평소에는 엄청 밀리는 편인데, 손님 면접 보시는 오늘은 안 밀리는 게 천만다행이네요."
운전 중에 말씀하시고는, 롯데월드 앞에 도착하니
"오늘 느낌이 좋네요! 안녕히 가세요."
하시며 끝까지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
롯데월드 직원용 출구 (좌측 통로 2개)
지각도 면했겠다, 택시 기사님 덕에 자신감이 생겼나 싶었는데, 군인처럼 보이는 직원의 딱딱한 모습에바로 긴장 상태가 되었다. 롯데월드 직원용 출구에서 만난 직원은 특전사가 입을 법한 복장을 입고 있었고, 등에는 'SECURITY'라는 단호하고 격식 있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 혹시 로리하우스가 어딘지 아시나요?"
"이 건물 2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저토록 근엄한 분에게 로리하우스라는 귀여운 단어를 물어보다니. 2층으로 올라가니 <캐스트 면접 대기장>이라 적혀 있는 현수막을 발견했고, 직원 분께서 방황하는 나를 눈치채셨는지
"캐스트 면접 보시나요? 여기로 들어오시면 돼요!"
하고 상냥한 말투로 안내해 주셨다. 여태까지 두 명의 직원에게 안내를 받았는데, 시큐리티 분의 안내는 말을 걸기 어려울 정도의 차가움이었다면 2층 직원 분의 안내는 마음이 평안해지는 따뜻함이었다.
좌 : 로리하우스 출입구 / 우 : 로리하우스 내부
냉탕과 온탕을 오간 듯한 상태로 드디어 로리하우스에 입성했다. 로리하우스는 롯데월드 직원의 휴식 공간 같았다. 다과, 정수기, 보드 게임, 다트 게임, 소파 등 흔히 휴게실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풍경을 하고 있었다. 다만 오늘처럼 면접자의 대기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니, 행사의 상황에 따라 장소의 활용이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2시 40분에 면접을 바로 시작하지 않았고, 덕분에 로리하우스가 어떤 공간인지 파악할 여유가 있었다.
로리하우스가 아닌, 실제 면접을 봤던 장소
"000님, 000님, 000님 면접 보러 이동하실게요~"
3시 20분 정도 되어서야 면접을 볼 수 있었다. 모든 질문이 기억나진 않지만 기억에 남는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 보자면,
1. 안전청결에 지원한 계기가 있을까요?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 했던 활동에서 손님의 안전을 지키는 것에 보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페스티벌 중 잔나비 밴드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많은 관객이 콘서트 장으로 몰리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이동하는 길에 계단이 있었는데, 어두컴컴한 밤이어서 자칫하면 걸려 넘어져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제 휴대폰 손전등을 이용해 계단을 비추며 "계단 조심해 주세요!"를 수백 번 외치다 보니 목이 쉬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간간이 고마움을 표하는 관객분들 덕에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되고 목이 쉬어도 뿌듯했습니다.
2. 다른 알바 뭐 해보셨어요?
카페 알바를 군대 가기 전에 1년 정도 했고, 최근에는 배민커넥트 도보배달 알바를 했습니다.
면접관께서는 도보배달 알바를 해 봤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갑자기 목소리의 톤이 높아지시더니,
"그러면 오래 걷는 건 크게 문제없겠네요? 안전청결 부서는 많이 걷는 편이거든요."
"넵. 걷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도보배달 알바 할 때도 보통은 하루에 커피 값 버는 정도만 하지만, 저는 하루에 10건 정도 했습니다. 그만큼 걷기를 좋아합니다."
1번 질문에 열심히 대답했지만, 면접관께서는 2번 질문의 간단한 대답에 흥미를 가지셨다. 페스티벌에서 손님의 안전을 지키며 느꼈던 보람보다는, 배민커넥트 도보배달 알바 경험이 면접관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걷는 안전청결에서 오랜 기간 일할 사람을 뽑는 데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면접관 2명, 면접자 3명의 면접은 20분 정도로 끝났다.
면접이 끝나고 롯데월드에서 벗어나니, 면접 보기 직전이라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뜬금없이
로리의 장난감 - 로리한테 들키기 전에 얼른 정리해 주세요!
라는 문구를 보고 로리가 뭔지 궁금해할 정도로 여유를 부렸구나 싶었다. 실존하지 않는 롯데월드 캐릭터인, 눈망울이 그렁그렁한 리본 달린 암컷 너구리 로리가 장난감을 정리하지 않은 자에게 무슨 일을 할지 궁금해하는 정도의 여유를 말이다. 만약 롯데월드에서 일하게 된다면, 로리하우스에 있는 로리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로리에게 들킬 리도 없고 로리의 장난감일 리도 없지만, 한 번 정도는 깜빡 속아 주고선 '그래 얼른 장난감 정리해야지' 하며 주섬주섬 정리하는 탈 일상적인 여유. 직접 업무에 들어가 부딪히고 구르다 보면 그런 여유를 가지기 힘들 것임을 알지만 사치스러운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