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캐스트, 정말 캐스트일까?

무대에 관심이 없는 연기자와 손님

by 사육일칠

캐스트 합격 문자는 캐스트가 되었다는 기쁨을 주기보다는, 롯데월드 알바를 왜 캐스트라고 부르는지 궁금하게 했다. 서류나 면접 절차가 크게 까다롭지 않았기에, 캐스트가 아닌 알바를 뽑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롯데월드는 알바를 캐스트라고 칭하고 있었다. 놀이공원에서 일할 만한 역량을 꼼꼼히 평가받지 않은 나 자신이 알바가 아니라 캐스트로 불려도 되는 것일까? 의문을 제기하기 전, 캐스트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았다.

출처 : 네이버 영어사전

캐스트 입문 교육을 통해 3. (어떤 연극이나 영화의) 출연자들 [배역진]이 롯데월드 캐스트에 가장 걸맞은 의미 같았고, 실제로 그렇다는 사실을 캐스트 입문 교육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교육 강사님께서는 롯데월드는 특정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테마파크'라고 설명하셨다. 따라서 테마파크는 일반적인 놀이만을 위한 공원, 즉 놀이공원과 차이가 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의 테마는 '동화 속 왕국'으로, 로티가 6개로 나눠진 구역을 여행하며 마녀의 저주에 걸린 로리를 구하기 위해 필요한 물품을 찾아다닌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런 스토리를 담은 롯데월드는 하나의 무대(stage)이며, 롯데월드를 찾아오는 사람은 단순한 고객(customer)이 아니라 손님(guest)-손님의 칭찬, 불만은 Voice of Customer가 아니라 Voice of Guest인 것도 이 때문이다-이고, 롯데월드에서 일하는 사람은 단순 알바가 아닌 캐스트(cast), 즉 연기자인 셈이다.

신입 캐스트 입문 교육 자료 표지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 가이드맵. 출처 :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 홈페이지

당시 캐스트 입문 교육을 받은 당시, 특정한 스토리를 롯데월드라는 현실에 직접 표현했음에 엄청난 흥미를 느꼈다. 마치 동화 속 이야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느낌이었고, 이야기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게끔 노력한 흔적이, 나도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서 현실화하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스토리를 제대로 알고 즐기는 손님(Guest)은 없고 그저 어트랙션, 먹거리, 사진 찍기 등의 유흥을 즐기는 고객(Customer)만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인지 롯데월드 자체가 무대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았을뿐더러, 캐스트가 무대 위의 연기자라는 사실도 잘 와닿지 않았다. 심지어 캐스트라는 역할을 이해했을 때는 서류에 지원하기 전이 아니라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에 모두 합격하고 캐스트 교육을 받고 난 후였다. '롯데월드 알바 한 번 해 보지 않을래요?'라는 제안을 받고 '롯데월드 알바, 한 번 해 보지 뭐.'라는 생각으로 자기소개서가 필요 없는 서류 전형에 지원하며 캐스트에 대해 전혀 무지했던 나, 오래 걷는 건 문제없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전청결에서 일하기 좋겠다는 면접관. 그렇게 두 사람은 롯데월드 캐스트로 일한다는 계약을 성사했지만, 사실은 이미 서로에게 캐스트(cast)의 자질이 아닌 단순 알바의 자질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롯데월드라는 무대를 찾아오는 사람을 손님으로 대하는 캐스트가 아니라, 그저 놀이공원을 찾아오는 사람을 고객으로 대하는 알바의 자질 말이다. 이러한 상황과는 전혀 관계없이 롯데월드는 고유한 스토리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로티는 여전히 꼬리를 열심히 흔들며 로리를 구하기 위해 6개의 구역을 돌아다니며 물품을 찾고 있다. 잘 차린 무대가 있지만 정작 연기자와 손님은 별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롯데월드를 무대라고 생각하는 캐스트인가, 아니면 놀이공원이라고 생각하는 알바인가?

어떤 일을 맡는지에 따라 스스로를 캐스트로 여기는 정도에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했고, 앞으로 일하게 될 안전청결 부서는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롯데월드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보았다.

출처 : 롯데월드 채용 홈페이지

안전청결 캐스트는 테마파크를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듯했다. 무대를 이루고 손님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는 당연히 현실적인 부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쾌적한 파크 환경과 손님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현실적인 업무만 반복하다 보면 본인이 무대 위 연기자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망각하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안전청결 캐스트는 어떠한 부분에서 본인이 캐스트임을 실감해야 할까? 아무리 캐스트 입문 교육에서 '여러분은 롯데월드라는 무대를 구성하는 연기자, 캐스트임을 잊지 마세요'라는 내용을 감명 깊게 듣더라도, 업무가 지나치게 현실적이라 본인이 캐스트임을 자연스레 망각한다면 교육의 의미는 퇴색된다. 안전청결 부서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캐스트도 그렇게 퇴색된 교육의 의미를 누구도 재고(再考) 하지 않는다면, 롯데월드는 캐스트라는 명칭에 걸맞은 서비스를 손님에게 제공하기 힘들 것이다.


안전청결 부서에서 일하다 보면 본인이 캐스트라는 사실을 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기우인지 아닌지는, 일단 부서에서 직접 일을 해 봐야 알 수 있는 문제다. 안전청결 부서에서 일하며 스스로가 조금이라도 캐스트, 그러니까 무대 위 연기자로서 손님에게 작용하는 순간이 있길 바라며, 안전청결 부서에서 놀이공원, 아니 테마파크 첫 근무를 하게 된다. '쾌적한 파크 환경과 손님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숨은 주연인 캐스트'는 어떤 업무를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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