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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육일칠 Jun 02. 2024

롯데월드 청소하러 왔다가 운전하고 가지요

놀이공원 청소 알바를 한다면 차를 운전할 줄 알아야 함은 당연한 사실이다.

... 거짓부렁이다. 청소 알바를 하러 왔는데 운전까지 해야 한다는 걸 예상이나 했겠는가.


'콜렉터'안전청결 캐스트 중에서도 쓰레기를 수거해 차에 실은 뒤 롯데월드 바깥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캐스트 인원이 20명 정도라면 2명 정도만 그 역할을 맡았는데, 콜렉터가 퇴사하면 쓰레기를 옮길 사람이 사라진다. 이 현상을 방지하고자 바이저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캐스트 중 면허 소지자는 콜렉터 근무 필수로 인계받게 하여, 콜렉터의 공석을 곧바로 메꿀 수 있게 했다.


콜렉터는 일반 캐스트와 비해 롯데월드 내부를 돌아다니며 동료 캐스트와 소통할 시간이 적다. 때문에 업무가 다소 지루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조용히 일만 여유롭게 하길 원하는 사람에겐 콜렉터의 단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대부분의 캐스트가 콜렉터 근무를 겸하게 되며, '여유로운 콜렉터 근무자'는 사라지고 '안전청결 근무자, 그런데 이제 콜렉터 근무를 곁들여 더욱 바빠진'이 되어버렸다. 기본 안전청결 근무에 콜렉터 근무까지 넣으니 캐스트의 근무 시간 조정도 복잡해졌다.


 골프 라운딩을 할 때 쓰는 차에 쓰레기 담는 공간을 추가 개조한 '콜렉터 카'는 차가 잘 다니지 않고 인적도 드문 롯데월드 외곽을 빙 돈다. 롯데월드 외곽을 돌면 넓게 펼쳐진 바다가 보인다. 앞뒤로 차도 사람도 없어서 편안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콜렉터 카 드라이브는 안전청결 근무에 지치고 싫증난 캐스트의 기분 전환을 도왔다.


콜렉터 카 운전이 능숙해지면 '뭐야 나 운전 좀 하네? 뭐 밖에 나가서도 운전 금방 하겠네' 하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중앙선을 침범해도 상관없는 도로에서 운전을 하면서 본인이 운전 잘한다고 여기는 건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곧바로 실제 차량 연수를 받아본 적이 있다. 콜렉터 카에선 직접 뒤를 보고 후방 주차를 했다면, 실제 차와 사람이 있는 일반 도로에서 운전하는 일반 차량에선 내비게이션 화면에 나오는 차량 뒷모습을 보고 후방 주차를 해야 하는 등 사소한 점도 다르다. 운전을 언제 배워서 언제 써먹어보나.. 써먹을 일이 있을까.. 하는 막막함은 콜렉터 카를 운전하고 줄어들었다가, 실제 운전을 하고는 다시 커졌다. 콜렉터 카 운전과 실제 도로에서의 차량 운전은 난도를 떠나서 완전히 다르다.

  

콜렉터 근무를 해야만 했던 상황이 고맙다. 콜렉터 카를 운전하다가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도 생겼기에 멋도 모르고 실제 운전 연수도 받아본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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