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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육일칠 May 26. 2024

손님은 쿨링, 캐스트는 히팅. 롯데월드 쿨링 퍼레이드

롯데월드 쿨링 퍼레이드? 손님에겐 쿨링이지만 안전청결 캐스트에겐 히팅이다.


쿨링 퍼레이드에서는 일반 퍼레이드와 달리, 무더운 여름에 지친 손님들을 위해 물을 왕창 뿌려준다. 콘셉트가 여름이니만큼 퍼레이드 연기자의 코스튬, 배경 음악, 춤도 시원한 느낌으로 한다.

 

손님과 캐스트 모두 우의를 입고 쿨링 퍼레이드를 보러 온다. 손님은 퍼레이드를 즐기기 위해 보러 오고, 캐스트는 퍼레이드 손님을 통제하기 위해 보러 온다. 손님은 물을 맞기 위해 온 사람, 즉 더위를 기꺼이 이겨낼 수 있고 언제든 몸을 식힐 수 있는 사람이다. 캐스트는 물을 맞기 위해서가 아닌 손님을 통제하러 온 사람이다.

 

퍼레이드 근처를 서성이며 쿨링 퍼레이드에서 자유롭게 맞을 수 있는 손님과, 한 자리에서 멈춰서 손님을 통제해야 하는 안전청결 캐스트는 더위를 받아들이는 부담감이 다르다. 찌는 듯한 날씨 속에서도 여름을 즐기러 온 손님은 쿨링 퍼레이드 덕에 시원한 여름을 즐길 수 있으나, 찌는 듯한 날씨 속에서 안전청결 캐스트는 쿨링 퍼레이드 때문에 찜통더위를 견다.


정말 어쩔 수 없이, 너무 덥다 보니, 쿨링 퍼레이드 때 손님을 향해 쏘는 물을 맞아줘야 했다. 너무 젖어버리면 코스튬을 갈아입어야 해서 물을 막아주는 도구가 있었으니, 바로 손님 통제 시 들고 가야 했던 팻말이었다.


팻말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옷과 소지품이 흠뻑!
젖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우의 착용 권장


손님 통제 준비 중인 필자의 모습.                                               햇빛이 더워서 팻말로 가리고 있다.

적혀 있는 그대로, 팻말은 쿨링 퍼레이드를 보러 오는 손님에게 흠뻑! 젖지 않으려면 우의를 입는 걸 권장해 주었다. 당시 손님은 중국인 분들도 많아서, 팻말을 한참 쳐다보시다가 영어로 "What's this??(이게 뭐죠??)" 하고 물어보셨다. 그럴 때마다 팻말을 제작할 때 영어 문구도 같이 써져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마음 같아선 팻말에 네임펜으로 "CAUTION : area may be wet(주의:젖을 수 있는 구역)"이라고 적어놓고 싶을 정도였다.


팻말두 가지 역할을 했다. 햇빛 가리개, 물대포 보호막. 몸을 고통스럽고 뜨겁게 달구는 햇빛을 가릴 땐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지만, 달궈진 몸을 식혀주는 물대포를 보호할 땐 물방울이 튀겨도 웃음을 짓고 있었다. 


물대포 발사!

정확히는 퍼레이드 연기자 분이 의도적으로 팻말을 들고 있는 내게 물대포를 쐈을 땐 웃음을 지었다. 퍼레이드 후반이 되면 미리 설치되어 있는 대포로 손님에게 물을 왕창 쏟아붓는다. 대포를 맞는 손님의 모습을 보며 캐스트는 빨리 끝나길 바라는데, 갑자기 캐스트에게도 쏟아지는 물줄기. 퍼레이드 때 캐스트와 퍼레이드를 같이 즐기기 위해 소통할 필요가 없음에도,

 ", 너도 더울 텐데 시원하게 즐겨 봐!" 하고 말하듯이.


팻말로 몸을 가리고 있어서 물을 정통으로 맞진 않았지만, 물이 몸을 적시며 열을 빼앗는다. 더 젖으면 이후의 캐스트 근무에 지장을 주니  팻말 뒤로 몸을 최대한 움츠린다. 움츠렸지만 같이 즐기고자 물대포를 쏴 주는 퍼레이드 연기자의 시도가 감사해서 경직된 표정이 풀어졌다.


캐스트가 잠시나마 쿨링 퍼레이드를 손님과 함께 즐길 수 있다면, 퍼레이드 연기자가 기꺼이 물을 쏴준 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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