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내가 코스트코에서 자주 구매하는 식품 중 하나가 있다. 바로 낙지볶음밥. 처음 먹었을 때 너무 매워 당황하기도 했을 정도로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우리에게는 꽤나 매운 볶음밥이다. 그렇지만 그 매콤함이 참 맛있게 매운맛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낙지가 심심찮게 들어있어 가격 대비 훌륭하다고 생각해 자주 사 먹게 되었다. 물론 시판 냉동볶음밥의 높은 염분을 생각하면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정말 밥을 하기 귀찮거나 혹은 너무 바쁘거나 아니면 정말 매콤한 무엇인가가 먹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에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가끔 그 냉동볶음밥은 꼭 필요하다.
포장지에 적힌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팬에 살짝 다시 볶아 먹어도 되지만, 제품 그대로 먹기에는 너무 맵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덜 맵게 만들어주면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줄 만한 다른 식재료를 추가하는 편이다. 파, 버섯, 단호박과 같은 야채와 단백질 보충용으로 닭가슴살을 함께 볶는다. 양도 늘면서 영양소도 적당히 골고루 갖추게 되어 만족스러운 식사로 손색없다.
이것이 보통의 루틴인데, 하루에 한 가지씩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한 만큼 닭가슴살 대신 새우를 넣어보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낙지도 해산물, 새우도 해산물인데 한 번도 넣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의아하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항상 새우가 구비되어 있는데도.
볼에 미지근한 물을 받아 냉동고 안에서 꽁꽁 얼어있던 가엾은 새우 8마리를 녹인다. 갑옷처럼 새우를 감싸고 있던 얼음이 녹아 물 위에 가만가만 떠다닌다. 딱 맞게 녹아 탱탱해진 새우 8마리를 뜨겁게 달군 팬에 올린다. 새우 한쪽이 여름날 아이의 볼처럼 발그레 익어간다. 양볼이 붉게 익은 새우 위로 볶음밥의 빨간 밥알이 후드득 떨어지고 노오란 단호박 덩어리들이 하나둘 그 사이에 끼어있다. 지글지글 익는 소리가 먹음직스럽다. 푸짐해진 볶음밥을 접시에 덜고 반쯤 익은 계란프라이를 위에 얹는다. 탱글거리는 노른자 위 장식용 다진 파 다섯 알 톡톡.
근사한 한 끼 완성이다. 매콤하고 칼칼한 낙지볶음밥에 탄탄한 새우살에서 느껴지는 육즙의 감칠맛과 향까지. 둘의 조화가 절로 웃음을 짓게 될 정도라 냉동실 한켠에서 볶음밥과 새우는 분명 사이좋은 단짝이었겠다. 아니 연인이었으려나.
역시, 맛있는 것에 맛있는 것을 더하면 진짜 맛있는 것이 된다. 그리고 낙지와 새우는 영혼의 단짝이 맞다.
<사진 출처_천일식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