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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운 Sep 12. 2024

다른 하루

날마다 새로운 경험하기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고 싶어졌다, 본격적으로. 나는 원래 청개구리과이긴 하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고, 그래 그럼 해라는 대답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내팽개치고 싶어 하는 그런 부류. 8월 말의 어느 날, 아침 7시쯤 집 근처 새로 생긴 스타벅스를 가보기로 했다. 마침 일찍 일어났는데 오후가 되면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일찍 가보려고 집을 나섰다. 평소라면 그 시간에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데 그렇게 평상시와 다르게 일찍 나온 덕분에 조금은 생경한 늦여름 아침 공기를 기분 좋게 느낄 수 있었다. 두 시간 정도 일을 하고 오전 9시쯤 노란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엄마들과 아이들을 지나쳐 집에 오는 길,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확실히 어제와 다른 하루구나. 말로만 매일매일 다른 하루가 아니라 정말 어제와 다른 일을 하면 오늘은 정말로 다른 하루를 보내게 되는구나.


패턴, 일상, 그리고 루틴은 우리의 삶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준다. 그런데 이런 매일의 똑같은 선택이 우리의 일상이 지루한 이유는 아닐까. 물론 매일이 새롭고 변화무쌍하다면 그건 분명 버거울테지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의 작은 변화들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평소에 안 하던 짓하면 죽는다던데와 같은 무시무시한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죽지 않는 선에서 하면 되지. 짓궂은 청개구리가 오랜만에 맞는 말을 한다.


하루에 하나씩 새로운 경험을 한다면 1년이면 무려 365개의 새로운 경험이 생긴다. 어쩌면 지금보다 도전하는 것에 조금은 익숙해질지도 모르고, 인생이란 자고로 이것저것 해봐야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알 수 있으니까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 중에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게 될 수도 있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경험은 확실히 새로운 관점과 영감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일 있을 나만의 작은 이벤트에 다음 날이 기다려질 수 있다.


대단한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하루들에 한 끗의 차이를 가져다 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한 끗으로 잠깐이나마 기분 좋은 순간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에게 있어 행복한 삶이란 스스로의 삶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낼 줄 아는 삶이기에. 그리고 만약 찾기 어렵다면, 내가 만들면 된다. 유튜브에서 발견한 새로운 치킨 레시피로 특별한 저녁을 보낼 수 있고, 저장만 해두고 가보지 않았던 카페에 방문해서 마음에 드는 작업 공간을 찾을 수 있다. 안 하던 아침 산책을 하다가 비를 맞을 때도 있지만 그 덕에 더운 날 차가운 빗방울을 기분 좋게 느껴보고, 미끌거리는 식감과 콤콤한 냄새에 멀리했던 낫토를 매콤한 낙지 볶음밥에 슬쩍 곁들여 즐겨볼 수도 있다.


좋아하는 말 중 이런 말이 있다. 헤멘 만큼 내 땅이다. 한 번 사는 인생, 맘껏 시도하고 온전히 음미하자. 시도한 만큼 넓어지고 음미한 만큼 깊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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