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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파이

‘선택’ 받지 않는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다

by 정운

인스타그램으로 의미 없이 시간을 죽이는 중이었다. 그러다 발견한 문구,

“Be yourself. So that the people looking for you can find you." (네 자신이 되어라. 너를 찾는 사람들이 너를 찾을 수 있도록)

근래 마주쳤던 말들 중 이렇게까지 내 마음에 들었던 한마디가 있던가. 강바닥 한가운데 반짝이는 사금을 찾은 기분이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My blueberry nights>에서 블루베리파이와 관련된 장면이 있다. 치즈케이크와 애플파이는 밤이 되어 가게를 닫기 전 모두 팔려 없어지지만 블루베리파이만은 냉장고 속에서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다. 남자는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다른 선택을 했을 뿐 블루베리파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블루베리파이를 탓할 수는 없다고 말이다.


나는 블루베리파이가 된다. 파이 속을 가득 채우는 선명한 보랏빛의 새콤달콤 블루베리들. 때로는 인기 있는 치즈케이크가 부럽고 무섭게 팔려나가는 애플파이가 되고 싶다. 하지만 블루베리파이는 치즈케이크도, 애플파이도 아니라서, '블루베리파이'이기 때문에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선택받지 않음이 반드시 틀린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블루베리파이임에도 ‘치즈케이크’ 나 ‘애플파이’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것이다.


최선을 다해 블루베리파이가 되기로 한다. 세상에서 가장 신선하고 달콤한 블루베리의 맛이 나는 매력적인 블루베리파이. 치즈케이크와 애플파이를 찾는 사람들 속 블루베리파이를 찾으며 헤매던 사람들이 “이게 바로 내가 찾던 블루베리파이야!”라고 외칠 수 있는, 그런 진짜 블루베리파이가 되기로 한다.


사진 출처 Inspired t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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