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반짝이는 순간들
“영수증 드릴까요?”
집 아래 슈퍼마켓에서 밀가루 한 봉지를 계산하면서 마주했던 웃는 얼굴은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삶의 공허함이 더욱 시리게 느껴지는 요즘, 낯선 이의 따스함 덕분에 오랜만에 봄이 찾아온 듯했다.
사는 것이 대단해야만 할 것 같았다. 돈을 많이 벌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대기업을 다니거나 유명세를 날리거나. 아무것도 해당되지 않는 나의 삶은 하루하루가 보잘것없게 느껴졌다. 아침에 눈을 뜨고 두 끼 밥을 먹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 하루를 마감한다. 몸의 눈은 뜨고 있지만 마음의 눈은 감은채, 깨어있지만 깨어있지 않고 살아간다. 하루하루가 무뎌지고 삶의 의미가 흐려진다.
점원분의 따뜻한 미소 앞에서 나는 비로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며칠 동안의 우중충한 기분이 타인의 친절함 하나에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그게 전부다. 대단해 보이고 대단해야만 할 것 같은 삶이지만, 우리가 말하는 성공이 오기까지 그리고 그런 것들이 오지 않더라도 우리 인생이 여전히 아름다운 이유는 그런 반짝이는 순간들 덕분이다. 서로를 향한 존중, 친절함, 그리고 다정함. 반짝이는 순간들은 변치 않고 우리의 곁에 남는다. 돈과 명예는 고속도로처럼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빠르고 편하게 데려다주는 반면 삶에 별처럼 수놓아진 반짝이는 순간들은 작은 자갈길이 되어 삶을 천천히, 그리고 온전히 누리게 해 준다.
고속도로도 작은 자갈길도 각자의 쓰임이 있고 때가 있다. 크고 대단한 것들에 취해 작고 예쁜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는 바보 같은 일은 하지 말자.
그리고, 타인에게 친절하자. 우리는 서로의 별이다.
사진 출처 titoO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