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를 아끼지 말 것
오랜만의 면접을 끝낸 다음 날이었다. 남편의 회사 멘토분과 종종 식사 자리를 갖는데 올해는 연말, 그중에서도 면접 다음 날 저녁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그분은 일을 대하는 태도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에서도 배울 점이 참 많다고 느껴 만날 때마다 참 감사한 분이다. 이번에는 직접 예약해 두셨다는 이탈리안 식당에서 뵈었는데, 남편이 그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기버터 스테이크를 꽤 오랫동안 궁금해했던 터라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여느 때와 같이 서로의 안부와 근황을 물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서너 번의 식사 자리로 이제는 멘토분과 불편하지 않게 대화를 나눌 정도의 유대감이 생겼고, 나는 면접 이야기를 꺼냈다.
"아, 정말? 너무 잘됐다! 어땠어?"
그 짧은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 반짝하고 켜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받았던 반응은 대부분 내가 면접을 위해 애쓴 시간들과 긴장 속에서 힘든 하루를 보낸 하루 종일 졸였을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고생했네. 힘들었겠다. 오늘은 푹 쉬어” 같은 따뜻한 말들이었다. 나 역시도 그동안 애썼던 스스로에게 고생했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너무 잘됐다'라는 말은 내가 기억하기로는 한 번도 나 자신에게 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봄 햇살처럼 눈부시고 설레는 말이었다. 애쓴 시간 동안 흘린 땀과 눈물은 분명 위로받아야 한다. 위로는 회복이고 휴식이며, 싹을 틔우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한 땅을 위한 훌륭한 밑거름이다. 하지만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햇살도 필요하다. 단단한 땅을 뚫고 올라온 탐스러운 싹을 자랑스레 바라보며 웃는 환한 얼굴이 필요하다. 훗날 피울 아름다운 꽃 못지않게, 새끼손톱만한 새싹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우리의 새로운 경험과 성장, 그 자체를 기뻐하고 축하해 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날 샴페인을 마셨다. 우리 셋 각자의 삶에서 한 해 동안 애쓴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울고 웃으며 살아온 그 시간들 속에서 우리 인생의 책에 새로이 쓰인 365개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잔을 들며 생각했다. 나도 꽃이 아닌 작은 싹을 위해서도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리고 이 순간만큼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먼저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이다.
사진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