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매일이 설레는 이유
일본어 공부. 꽤 오랫동안 내 버킷리스트에 올라 있던 목표였다. 일본 여행을 자주 가기도 하고, 형제들 중 나만 일본어를 못 하기도 해서 언젠가 꼭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다가 몇 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러던 중, 미루고 미뤄왔던 운전면허를 따면서 일본어 공부에도 자연스럽게 불이 붙었다. 일종의 관성 작용이랄까. 하나를 해내고 나니, 다른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의욕이 생겼다.
가장 먼저 한 일은 EBS 구독권을 끊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이후로 다시 EBS를 보게 될 줄이야. 구독권을 결제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다른 교육 플랫폼에 비해 확실히 저렴하구나!’ 하며 우리나라 교육 방송의 혜택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여러 일본어 강의를 훑어보며 무엇부터 들을지 고민에 빠졌다.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내 수준은 왕초보. (대왕초보 과정이 있었다면 그걸 들었겠지만!) 오늘의 강의가 처음이자 마지막 수강이 되지 않기를 다짐하며 첫 번째 강의를 들었다. 책상에 앉아 강의를 듣는 것이 얼마 만인지. 갑자기 엄청난 열정을 품은 만학도가 된 기분이었다. 가슴이 벅차오를 뻔했지만, 다행히 첫 강의는 이전에 알고 있던 히라가나 복습이라 도파민 폭발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래도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자랑할 만큼 기분이 좋았다.
그날로부터 16일째, 하루도 빠짐없이 강의를 듣거나 복습을 하며 일본어와 점점 친해지고 있다. ‘세일은 무슨 요일부터 무슨 요일입니까?’ 같은 기본적인 회화를 연습하면서도, 누가 보면 JLPT N1을 준비하는 줄 알 정도로 진지하게 몰입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다. 시험에 얽매이지 않고,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 순전히 내가 원해서 하는 공부. 몰라도 사는 데 전혀 지장은 없지만, 세상을 좀 더 재밌게 살아보고 싶어서 하는 공부. 그렇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과정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오늘은 또 어떤 표현을 배우게 될까? 요즘의 나는, 그 기대감에 설렌다. 남들이 보기엔 별것 아닐 수도 있고, 저러다 말겠지 할 수도 있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내가 즐겁다는 것.
사진 출처 Unsplash_Hiroshi Tsubo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