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언제 태어났든지
‘봄은 매년 기복이 있긴 하지만, 나는 여전히 풍경과 날씨 면에서 5월을 좋아한다. 나는 좋은 계절에 태어난 것 같다.’ - Nao
나는 1992년의 어느 여름날에 태어났다.
태양이 작열하고 공기가 푹푹 찌는 한 여름. 어렸을 때는 생일이 여름 방학인 것이 아쉽기도 하고, 조금 커서는 그 더운 여름에 출산한 엄마가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에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대체로 내 생일이 여름이라는 것은 그저 별 감흥 없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nao의 유튜브 영상 중 ‘좋은 계절에 태어났다’는 그녀의 말이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었다.
좋은 계절이라.
싱그럽고 향기로운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봄,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달큼한 복숭아를 맛볼 수 있는 여름,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으로 마음까지 산뜻해지는 가을, 그리고 온 세상이 새하얗고 폭신한 보드라운 솜이불을 덮는 겨울.
나 또한 참 아름답고 예쁜 계절에 태어났음을 모르고 있었다.
나무들이 푸른 잎으로 하늘을 채우고 공기에 청량한 색감이 덧씌워지는 계절.
순수하고 강렬해서 어린 시절과 청춘이 떠오르는 계절.
너무도 완벽하게 좋은 계절, 여름.
나는 그 이후 내 여름 생일을 좋아하게 됐다.
봄꽃바람을 타고 온 그녀도, 여름의 푸른 향기가 어울리는 나도, 가을 하늘처럼 맑은 당신도, 누군가에겐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던 또 다른 당신도,
우리는 모두 좋은 계절에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