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남편과 함께 유튜브에서 해외 축구 하이라이트를 보는 재미에 빠져 있었다. 유럽 국가들끼리,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끼리의 축구 시즌이었던 듯하다. 특히 축구 강국이라 불리는 스페인이나 독일, 아르헨티나 등의 역동적이고 빠른 축구 경기들을 편집하여 하이라이트 부분만 모아놓으니 재미없을 수가 없었다. 나는 축구 보는 것을 좋아하고 지금까지 월드컵이나 올림픽, 시즌 경기와 같은 수많은 축구 경기들을 수 없이 봐왔지만 사실 축구 규칙에 대해서는 완전히 문외한 (남편의 말에 따르면)이다. 나에게 있어 축구는 ‘공에 손을 대지 않고 골대 안으로 넣기’ 게임 정도이다. 그 외 다른 규칙은 거의 알지 못한다.
그중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규칙은-이 글을 쓰는 지금은 이해하고 있다, 아마도 곧 잊어버릴 테지만-‘오프사이드’다. 가장 뒤쪽 수비수를 기점으로 하는 규칙이라는데 이해가 가다가도 잠깐 멈칫하게 되고, 이해가 됐다 싶으면 ‘와, 선수들이 그 복잡한 규칙을 생각하고 계산하면서 뛴다고? 대단한데?’하며 놀라워한다. 그리고 스스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바로, 오랜만에 축구 경기를 보면 나는 그 ‘오프사이드’ 규칙을 또 완전히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이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외는 없었다. 남편과 함께 스페인 대 이탈리아 경기를 보던 날, 또다시 남편으로부터 ‘오프사이드’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어이없는 헛웃음을 지으며 열심히 설명하는 남편과 이 상황이 너무 우습고 스스로도 기가 막혀서 깔깔 웃는 나. 우리의 축구 경기 관람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축구를 나보다 잘 아는 남편은 나의 질문에 대답하기 바쁘고, 나는 귀로는 부지런히 설명을 듣고 눈으로는 축구를 보며 머리로 이해하기 바쁘다. 왜 이렇게 복잡한 규칙이 많은 것인지 혼란스럽다.
남편과 나는 취미와 관심사, 개그 코드 등 많은 것이 다르다 보니 뭔가를 보고 비슷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다. 영화의 취향도 다르고 같은 책을 읽어도 영감을 받는 부분이 다르다. 그렇다 보니 둘이 온전히 하나에 집중하고 재미를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을 찾으려고 서로 나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아쉽게도 온전히 경기의 흐름을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해외 축구를 함께 보는 것이 우리의 공통 관심사가 되어 나는 내심 기쁘고 매일 저녁 축구를 함께 볼 시간이 (그리고 남편을 질문으로 괴롭히기가) 기다려졌다. 스페인을 상대하는 이탈리아 수비수들의 형편없는 수비를 보고 ‘에라이, 가서 피자나 구워라’ 하고 내가 던진 말에 웃음을 터뜨리는 남편을 보면서 시즌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 출처 Pixabay_Planet_f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