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3 월
순간이었다.
사실 그때까지도 사랑이 무엇인지, 어떤 감정인지 확실히 인지하지 못하지만, 그때 그 느낌과 공간의 분위기는 처음 느껴보는 새로운 것들이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나에게도 사랑이 찾아왔음을.
매일 같은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나.
그 버스를 매일 함께 타는 그녀.
3년의 출근길동안 서로 인사 한번 나누지 않았던 사이.
나의 눈은 항상 그녀를 쫒고 있었지만, 그녀는 어떠할까 하는 고민들과 함께 출근길을 반복했다.
우연을 가장한 듯한 인연이라는 표현이 맞을까.
3년이라는 시간을 매일 같이 보며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사이인 나와 그녀.
갑작스러운 버스의 급정거에 의해 처음으로 눈을 마주쳤다.
그 찰나의 순간에 나의 팔로 쏟아지듯 넘어져 온 그녀와
그런 그녀를 온전히 받아내려 한 나.
나의 팔에 이끌려 일으켜진 그녀가 나를 올려다봤을 때.
그동안 공감하지 못했던 드라마나 영화, 혹은 책에서 보거나 읽던 온갖 미사여구와 아름다운 표현들로 이루어진 사랑에 대한 이미지가 단번에 이해되었던 신기한 순간.
'나에게 사랑은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던 그 순간이었다.'
그 순간 왜 사랑은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과 찬란한 것들을 모두 동원하여 표현하는 것인지 이해했고, 그 모든 표현을 담아내고 나를 바라보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신기한 찰나의 경험으로 지금 나와 그녀는,
우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