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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하지 않은 것들.

2025.01.14 화

by JasonChoi

악기를 다루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 달리기를 즐기는 것 등 나에겐 친숙하지 않은 것들이 꽤나 많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많은 것들과 친숙해진다는 것은 설레기도 하지만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친숙하지 않은 많은 것들 중에,

목소리와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언제인가부터 내가 듣는 내 목소리와 사람들이 듣는 내 목소리가 정말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가령 노래를 부르고 듣는다고 하면,

내가 듣는 나의 목소리는 미성이지도 않고, 평범한 목소리이지만, 주변 친구들은 노래를 부를 때의 나는 미성의 목소리이며, 잔잔한 발라드의 노래가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한다.

또 대화를 하던 중에도 내 목소리는 중저음에 듣기 편한 목소리라는 소리를 많이 듣지만, 내가 듣기에 내 목소리는 가끔 방정맞기도 하고 그렇게 낮은 목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기하기도 궁금하기도 해서, 언젠가는 한번 나의 목소리를 녹음해 들어본 적이 있다.

마치 내 목소리가 아닌 듯한 느낌을 크게 받은 기억이 있다. 내가 말하는 똑같은 내용이지만,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는 듯한.

익숙하지 않고, 친숙하지 않은.

매일을 듣고 말하고 있는 내 목소리이지만, 입으로 말하고 귀로 바로 들어오는 내 목소리와는 꽤나 많이 다르기에 어색하고 신기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내 몸의 기관들을 통해 말하고 듣는 나의 목소리는 매우 주관적인 소리일 것일 테고, 녹음을 통해 듣는 내 목소리가 더욱 객관적인 내 목소리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이따금씩 객관적인 나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적응하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사진에서도 비슷한 점을 느낀다.

내가 눈으로 보는 내 모습과 사진에 찍힌 나의 모습이 너무 달라 보이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꽤 예전에 이러한 궁금증에 의해 검색을 해본 적이 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피실험자들에게 각각 왼쪽과 오른쪽 사진을 보여주고 맘에 드는 사진을 고르라고 했을 때, 90% 이상의 피실험자들이 왼쪽 사진을 골랐다고 한다.


우리가 셀카를 찍으면, 좌우가 반전된, 거울을 보고 있는 듯한 내 모습을 보게 되고 후면 카메라는 좌우가 반전되지 않은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나는 위의 실험에서 90%에 들어가는 사람이기에 평소 왼쪽부터 시선이 향하던 내 모습에 익숙하지만, 좌우가 반전되지 않은 나의 왼쪽 얼굴, 실제로는 오른쪽 얼굴부터 시선이 움직이는 게 친숙하지 않아서 이런 어색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머리로는 이해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언제나 내 사진에서는 친숙하지 않은 나를 발견한다.


목소리도 사진 속의 내 모습도 나와는 친숙하지 않다.

하지만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내가 친숙하지 않은 나의 모습을 온전한 나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내가 친숙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나조차 신경 쓰지 않는 나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친숙하지 않은, 친숙해지지 않을 나의 한 부분이지만, 누군가에게 보이는 객관적인 내 모습을 조금 더 다듬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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