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2 수
어린 시절 사진작가를 꿈꾸었던 작은 꼬마가 있었다.
소년은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에 매우 집중하고 있었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산에서 무언가를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기다리는 사진작가.
그의 카메라 렌즈 너머 저 먼 곳에는 무언가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보이고 있었다.
화면에 나온 사진작가의 카메라 렌즈 너머에는, 처음 보는 환상적인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운 설표가 있었다.
다큐멘터리 속 사진작가는 설표의 변덕 때문인지, 이상한 기척을 느낀 것인지 원하는 사진은 찍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순간의 어린 소년에게는 일생일대의 목표가 생겼음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시간이 흘러, 소년은 청년이 되었다.
학교 생활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여 모은 돈으로는 카메라를 장만하였고, 고산지대 등반을 위한 공부를 진행하였으며, 히말라야 산맥에 대하여 공부하였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돈으로 촬영에 필요한 장비들을 보완하였고, 마침내 비행기 표를 예매하였다.
어린 시절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 약 20년 만에,
청년은 네팔의 쿰부 지방, 히말라야 산맥으로 꿈을 좇아 출발하였다. 목적지에 도착한 청년은 고산병 예방을 위해 숙소에서 며칠을 보낸 후, 추위에 대비한 장비와 가이드를 동반하여 설표를 찾기 위한 길을 나섰다.
설표, 눈표범은 3,000-4,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많이 목격된다고 하기에, 청년은 가이드와 고된 산행을 시작하였다. 예상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등반은 그럭저럭 견딜만했지만, 한 장소에 꾸준히 머무르며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정말 곤욕이었다.
추위를 막기 위한 조그마한 간이 텐트를 펼치고,
청년은 텐트 안에서 조용히 설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염없이 기다리던 청년의 앞, 시선의 끝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청년은 서둘러 카메라를 준비했고, 움직이는 것을 향해 렌즈를 움직였다.
'찰칵!'
렌즈가 원하는 방향에 도달하는 동시에 셔터를 눌렀고
조심스럽게 카메라 화면을 보기 시작했다.
카메라 화면에는 눈으로 뒤덮인 가파른 절벽의 일부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함께 화면을 보던 가이드도 아쉬운 듯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실망할 법도 했지만, 청년은 오히려 더욱 설레었다.
어린 시절 다큐멘터리를 보던 그때의 감정이 다시금 청년의 마음을 휘감았고, 꿈을 좇아 내디딘 걸음이 헛되지 않은 것이라는 감정이 온몸을 통해 전달되었다.
15일이라는 시간의 휴가는 청년의 꿈을 잡기에는 부족했다. 3일을 고산병을 예방하기 위해 보냈고, 이동하는 시간에 또 3일을 보냈다. 하지만 청년은 아쉽지 않았다.
청년은 그 조그마한 텐트 안에서 다짐했다.
'나는 내 꿈을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할 수 있겠구나.'
청년은 여전히 텐트 안에 있다.
꿈을 좇아 설표를 만나러,
처음 느낀 아름답고 환상적인 꿈을 사진 속에 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