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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무렵.

2025.01.23 목

by JasonChoi

나는 크리스천이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금요일 오후 9시에 철야예배를 진행한다. 처음 철야예배를 드렸던 때는 고등학생 시절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주일에만 예배를 드리고 있었었는데, 어머니가 철야예배를 같이 가자고 하시는 이야기에 따라나섰던 것 같다. 아무래도 주말 저녁 예배이었기에 주일보다는 사람이 적었지만, 처음 드리는 철야예배의 열기는 생각보다 뜨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철야예배도 주일예배와 비슷하게 진행이 된다. 예배를 준비하기에 앞서 찬양팀의 인도로 찬양이 시작하고 20~30분 정도 지난 뒤, 대표기도와 설교 말씀이 진행된다. 설교 또한 30분 정도의 시간을 진행하고 기도와 찬양으로 마무리가 된다. 하지만 주일예배 때는 예배가 끝난 자리에 남아있기보단, 금방 일어나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철야예배는 예배를 마치고 나서 그 자리에 앉아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꽤나 길게 이어진다. 보통 빠르면 10시 20분, 늦으면 11시 정도에 철야예배가 마무리되는데, 늦게까지 기도하시는 분들은 1시 이후까지도 계시고는 했다.


처음 어머니를 따라 철야예배를 드린 후, 매주 예배에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했었는데, 두 달쯤 지난 후에는 혼자서 참석하는 날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함께 다닐 때는 어머니가 기도를 마치시면 같이 집으로 돌아갔었는데, 하루는 혼자 예배를 드리고 늦은 시간까지 남아있던 적이 있었다.


예배가 마무리되고, 찬양단이 잔잔한 음성으로 찬양을 부르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롯이 하나님을 향해 기도하는 목소리로 가득 찬 예배당. 그렇게 자정 무렵 예배당에는 최소한의 불빛, 예배당 정면 중앙 십자가의 하얗고 밝은 불빛과 그 주변의 작은 조명들만을 남기고 다른 조명들은 모두 소등되어 간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내가 앉아 있는 그곳이 더할 나위 없이 아늑해지고, 세상 아무 걱정 없이 힘든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

나는 그 순간이 너무나 좋았다.


지금은 직장생활을 핑계로 꽤 긴 시간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있지만, 아마 고등학생 시절보다 짊어진 무게가 많아졌기에 더 많은 걸 내려놓고 기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진 않을까? 싶다.


오늘도 자정 무렵의 예배당이 문득 그리워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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