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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고 해안도로 일주하기.

2025.01.28 화

by JasonChoi

눈을 감으면 항상 길게 펼쳐진 맑은 날의 해안도로를 달리는 상상을 하곤 한다.

상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오늘도 마음이 지칠 때면, 상상 속에서 해안도로를 달리는 나를 발견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 집 앞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일이다.

어머니의 지인을 만나,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있었다. 그 지인 분에게는 딸이 있었는데, 자주 보는 사이라 친해진 누나였다. 늘 그렇듯 서로 장난을 치다 신호가 바뀌면 누가 먼저 반대편까지 먼저 가는지 내기를 했었다.

신호가 바뀌고 한 발을 떼자, 쾅하는 소리와 함께 내 눈앞에서 그 누나가 차에 치인 것이다.

7살 때의 일이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누나는 붕 떠서 바닥에 떨어졌고, 내 발은 자동차 바퀴 바로 앞에 멈춰있었다. 누나가 나보다 빨리 뛰어나갔기 때문에 사고가 났고, 그 모습을 그대로 본 나는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울고 있었다.


한참을 잊고 살았던 기억이었는데, 수능을 끝내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면허를 따러 가는 친구들이 많이 생겼을 때, 다시금 그 기억이 떠올랐었다. 많은 친구들이 그 시기에 면허를 따러 갔지만, 나는 운동을 선택했고 그때 이후 지금까지도 면허를 따지 못했다.

시도 자체를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운전대를 잡고 앉으면 나도 모르게 몸이 경직되어 버린다. 트라우마 따위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 생각과는 반대로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된다.


차를 타는 일이 있을 때, 조수석이든 뒷자리든 나는 손잡이를 거의 놓지 않는다. 스릴감을 느끼긴커녕 속도가 조금만 빨라져도 심장이 빨리 뛰고 무서워진다.


운전을 하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늦은 나이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트라우마가 있지만, 전부 극복하리라 생각한다. 지금은 비록 누군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는 날들이 있지만, 곧, 내가 직접 차를 몰고 해안도로를 일주하는 날이 찾아올 거라 나 스스로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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