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나면 연락을 할 수 있는 친구와 지인이 필요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가 아닌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가족을 제외한 친구, 회사 동료, 지인들 우리가 관계하는 사람들이다. 어릴 때는 친구와의 관계가 너무 중요하다. 어떤 무리에 속하는지 그 무리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하나하나가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나이가 들면서 친구 관계 외에도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늘어난다. 교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 관계라는 건 서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에너지 소모가 많다.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성격에 변화가 오거나 우울해지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교류는 꼭 필요하다. 내 인간관계를 내가 통제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유연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난 내 사람이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마음가짐이 다르다. 내 사람들이 하는 나에 대한 평가나 조언은 진지하게 고려한다. 하지만 그 외에 사람들의 평가는 크게 의미 두거나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내 사람들이라고 정의하는 범위를 좁고 깊게 가져간다. 서로에게 솔직하게 조언할 수 있고 친해도 예의는 지키는 사이,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사이가 내 사람들이다. 그 테두리 바로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지인이다. 모임이나 일 적인 관계로 알게 된 사람들, 공통의 관심사나 업무가 있어서 교류하며 적당한 친분을 유지하는 사이이다. 어릴 때는 지인이라는 표현이 너무 가벼운 사이로 느껴졌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인의 거리감이 딱 좋다고 느껴진다.
애착이 좋다고만은 할 수가 없다. 애착이 생기면 관심이 생기고 기대가 생긴다. 그러다 보면 간섭이 있을 수 있고 상대방의 감정의 정도가 같지 않으면 상처가 생긴다. 물론 소중한 사람들과는 저런 에너지와 감정을 할애해서 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모두에게 그럴 수는 없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언제부턴가 난 “지인”이라는 카테고리가 좋아졌다. 만나서 즐겁게 어울리고, 적당한 거리가 있으니 예의를 지키게 된다. 또 서로에 대한 기대는 많이 없기에 조금 더 편하다. 갈수록 친구는 적당히, 지인은 많아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기대감, 선입견, 질투, 낯가림, 무시하는 마음, 자존심 등 사람마다 다양할 것이다. 결국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내 마음을 통제해야 한다. 상대방의 마음이나 태도는 내가 조절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내가 어떤 부분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 원인을 잘 조절해서 나만의 인간관계 대응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
나는 인간관계에 대한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모든 사람과 친해질 필요 없다. 대신 내 사람들은 잘 챙겨야 한다. 가끔 보는 사이라도 문득 생각이 나면 꼭 연락하자. 이걸 크게 깨달은 계기가 있다. 대학교 동창인 친한 언니가 있는데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사이다. 몇 년 전 갑자기 언니 생각이 며칠 맴돌았는데 연락을 안 하고 지나쳤다. 몇 달 후 만나서 얘기를 하다 보니 그때 언니한테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너무 미안했고 그때 위로해 주지 못한 것이 속상했다. 그때부터 결심했다. 누군가 생각이 나면 꼭 안부라도 묻기로. 소중한 사람들은 그렇게 사소하게라도 챙겨야 한다.
둘째, 사람을 너무 가릴 필요도 없지만 전혀 가리지 않는 것도 좋지 않다. 나는 낯을 잘 가리지 않는다. 타고난 성격도 있겠지만 하는 일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해온 탓이다. 어릴 때는 어떤 자리든 먼저 말을 걸고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러다 30대 중반부터는 “자발적 낯가림”을 선택했다. 굳이 나서지 않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낯도 좀 가리면서 거리를 두고, 그러다 잘 맞는 인연이 생기면 친구로 발전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나와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에 대한 기준이 좀 생긴다. 그러나 그 기준에도 너무 함몰되지 않는 것이 좋다. 모두와 친할 필요는 없기에 나와 맞지 않는 사람도 필요하다면 적당한 거리로 어울리면 된다. 그 사람도 나를 불편해할 수 있는 일이니 모든 관계를 내 중심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셋째, 서로 필요로 하는 관계만 맺을 필요는 없다. 관계에서는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도움을 주고받고 의지할 일이 생긴다. 단순하지만 고민 상담을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도움을 받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것은 친분이 우선이 된 후 생각할 부분이다. 누군가를 알게 되고 사귀게 될 때 너무 계산적이 되지 말자. 이 사람이 나에게 도움이 될지를 우선 따져보고 사람을 사귀는 것은 말리고 싶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고, 사람의 관계가 꼭 “기브 앤 테이크”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정적으로 내가 계산적으로 굴면 상대방도 느낄 수밖에 없다. 나와의 관계를 계산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하고만 어울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상대방을 알아가며 나와의 거리를 정하면 된다.
넷째, 관계에 너무 연연하지는 말자. 인간관계는 가까워질 수도 언젠가 멀어질 수도 있다. 상황이 변할 수도,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 그러니 어떤 사이가 평생 가리라고 생각하지 말자. 오히려 현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울리는 동안에 진실하게 충실하게 대하면 된다. 그렇게 지내다가 내 맘이 먼저 힘들어질 수도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자꾸 행동과 말에 신경을 쓰게 될 수도 있다. 그건 편한 사이가 아니다. 불편한 사이는 굳이 편해지려고 애쓸 필요 없다. 한 번쯤 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불편해도 계속 가져가야 할 사이인지, 정리해도 괜찮은 사이인지. 항상 기준은 내가 되어야 한다. 내 감정이나 상황을 기준으로 관계의 거리감을 정하도록 하자. 정리하기로 한 인연은 서서히 그러나 단호하게 정리하도록 하자. 연락과 만남의 빈도를 줄이는 정도만으로도 상대방은 눈치를 채게 될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친구나 인맥은 중요하다. 싱글인 우리는 더더욱 그렇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고 혼자 고립되는 건 경계하도록 하자. 결혼한 친구들이 많아서 교류하는 친구들이 적어졌다면 지인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취미 모임이나 종교 활동, 회사 동료 중에 어울리고 대화할 수 있는 친구들이 몇 명 있으면 된다. ‘친해져야 해~!’라는 감정적 부담만 없으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재밌는 글을 읽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아무 예고 없이 찾아가 “라면 하나 끓여줘”라고 할 수 있는 친구가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내용이었다. 바로 눈을 감고 생각해 봤다. 떠오르는 친구가 몇 명 있었다. 재미 삼아 카톡으로 물어보니 고맙게도 다들 “당연하지~~”라는 답을 해왔다. 이 친구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나한테 저렇게 찾아와도 나도 당연하게 라면을 끓여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였다. 내 사람들이다. 관계는 이런 것이다. 당연한 사이는 없고 서로 노력하고 배려하고 아껴줘야 한다. 내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나와 어울리는 사람들을 존중하며 살아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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