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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e Apr 10. 2024

혼자일 때 행복한 사람이 둘이어도 행복하다.

내 행복은 나에게 달려있다.

“혼자일 때 행복한 사람이 둘일 때도 행복하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예전엔 혼자서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 둘일 때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의미로 생각했다. 지금은 조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혼자이거나 둘이거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 행복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느껴진다. 나의 행복이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닌 내가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어떨 때 행복한지를 알고, 행복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누구를 만나거나, 어디를 가거나, 무언가를 할 때,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내가 편안하고 만족감을 느끼는지를 알면 되는 것이다. 외로움이나 힘듦, 슬픔을 다룰 줄도 알아야 한다. 이런 것들이 주도적인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주도적인 행복을 위해 염두해둬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연애나 결혼의 목적이 외로움의 해소나 불안의 해결이 되어 서는 안된다. 이미 경험해 봤겠지만 둘이어도 외로운 순간들은 종종 있다. 인간에게 외로움은 거의 본능이다. 누군가 채워준다면 덜 외롭거나 외로움을 잠시 잊을 수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론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찾아오는 외로움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내가 지금 외롭구나….’라고 인정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외로움을 느끼며 좀 우울해해도 되고, 그게 싫으면 약속을 만들어도 된다. 실제로 외롭기 싫다며 계속 부정하는 것보다 인정하고 겪어내는 게 더 빨리 지나간다.      


둘째, 안정을 찾고 싶어서 의지할 사람을 찾으려고 둘이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이이기에 서로 의지가 되는 것이지, 의지가 될 사람을 찾기 위해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니다. 불안도 마찬가지다. 불안한 상태에서 연애로 주의를 돌려 잠시 잊을 뿐이지, 불안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해소되지 못한 불안은 그대로 남아있고, 이건 나만이 해결하거나 다스릴 수 있다. 연애하든 안 하든 나의 외로움, 불안, 걱정 등은 다 나의 몫이란 얘기다.     


셋째, 혼자일 때도 행복해지려면 경제적 안정과 정서적 안정 모두 필요하다. 특히 우리 나이에 경제적 안정은 중요하다. 부자가 되는 건 어렵지만 적어도 내가 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경제적 능력은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미래에 대한 부분도 준비해야 한다. 사람을 만날 때 경제력은 여러 기준 중의 하나가 될 순 있다. 하지만 내 경제력이 불안해 상대의 경제력이 최우선의 기준이 되면 곤란하다. 정서적 안정도 마찬가지다. 남자 친구가 없어도 내 생활이 재미있고 활력 있어야 한다. 즐겁기 위해 연애도 하고 싶은 거지, 연애를 안 해서 불행하다는 마음은 제발 치워두자.      


넷째, 혼자의 시간을 잘 꾸려가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람을 많이 만난다든지,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에 내 생활을 구성해 나가는 방법은 다 다른 게 정상이다.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라는 방향성을 정하고 내가 되고 싶은 내 모습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만나는 사람이 있든, 없든 간에 예쁜 내가 좋으면 잘 꾸미고 다니면 되고, 건강한 내가 좋으면 운동과 식단에 신경 쓰면 된다. 또 책 읽는 내가 좋으면 열심히 책 읽고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면 된다. 되고 싶은 내 모습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하고, 그렇게 됐을 때의 성취를 만끽하면 또 행복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기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그냥 일에만 매진하거나 사람들과 잦은 만남으로 시간을 때우듯이 삶을 채우지 않았으면 한다. 일과 약속이 없을 때 찾아오는 공허함과 피곤함을 피하려고 다시 일과 약속을 찾는 악순환이 될 뿐이다. 그렇게 살아가다 연애하게 돼도 자신에 대한 고민이 없던 탓에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맞추다 보면 연애가 잘 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내 주변을 보면 능력이나 외모 면에서 너무 멋진 여성들이 연애에 미숙한 경우를 종종 본다. 내가 나 자체로 안정되고 자신이 있어야 누구를 만나도 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난 20대 초반부터 계속 자취를 해왔다. 동생이 결혼하기 전에 같이 살았던 기간들이 있지만 혼자 지낸 기간이 더 길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익숙하고 혼자일 때도 종종 행복한 편이다. 그런 내가 연애하고 싶은 이유는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과 행복감이 그립기 때문이다. 연애하면 푹 빠지는 타입이지만, 누군가와 사귀더라도 혼자만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 혼자 사는 삶이 평안하다고 해서 평생 혼자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같이 지내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사람이 생기면 결혼도 하고 싶다. 내가 바라는 결혼의 모습은 둘이 만나서 하나가 되거나 한쪽에 흡수되는 합집합이 아니다. 서로의 모습으로 존재하면서 겹치는 부분으로 시너지를 이루는 교집합 같은 관계였으면 한다. 그런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찾는 중이다.    

  

이미 결혼이 좀 늦어버린 나 같은 40대 싱글녀들은 더더욱 결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와 결혼하느냐가 중요하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너무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에 절박함으로 결혼 상대를 찾을 순 없다. 그럴 거였으면 더 젊을 때 해야 했다. 그러지 못했기에 아직 싱글인 거고, 이제 와 “결혼” 자체에 목적을 두고 상대에 대해 타협하며 결혼해서는 안 된다. 연애도 그렇지만 결혼은 더더욱 그렇다. 우리가 만날 상대를 정하는 기준은 많이 걸러지고 다듬어져 있다. 그러니 나 자신을 속이며 아무나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자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자.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가 결혼하게 될 이유는 여전히 “남자 친구가 너무 좋아서 결혼하고 싶어~”, “이 사람이면 평생 함께하고 싶어.” 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삶의 계획 중에 결혼이 포함되어 있다면, 혼자일 때도 좋은 배우자가 되는 준비를 해 나가면 좋겠다. 앞서 말했지만, 우리가 결혼하고 싶은 “누구”를 찾고 있듯이, 우리도 누군가의 결혼하고 싶은 “누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나고 싶은 배우자를 생각해 보는 만큼 내가 되고 싶은 배우자의 모습도 미리 생각해서 준비하자. “살림이나 요리를 잘하는 아내”,“애교 많은 아내”,“얘기를 잘 들어주는 아내”,“나를 믿어주는 아내”, “자기 관리 잘하는 아내” 등 사람마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배우자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여태 혼자든 둘이든 행복해지는 방법에 관해 얘기해 왔다. 끝으로 조금은 “아이러니”하지만, 너무 행복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람들은 “행복”이란 단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행복의 형태는 사람마다 다르고 행복하다라고 느끼는 건 연습과 습관으로도 가능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너무 만족스러울 때 ‘맛있다’로 끝날 수도 있지만, ‘행복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친구들과의 만남과 수다로 정말 즐거울 때도 ‘아우, 재밌어~’에서 ‘아~ 이런 친구들이 있어서 너무 행복해~’가 될 수 있다. 또 가만히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멍을 때릴 때도 그 편안함을 ‘행복하다~’라고 여길 수도 있음이다. 행복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객관적인 것도 아니다. 내 행복을 알아채면 되고, 습관처럼 행복해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행복한 사람이 되자. 내가 지금 행복함을 알아차리고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에서 자신감을 얻자. 나를 위해 내가 행복해하는 것들을 공부해 두자. 행복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 행복은 “복된 좋은 운수”,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는 뜻이다. 뜻을 찾아보니 오히려 “행복” 별거 아닌 느낌이다. 혼자든 둘이든 또는 여럿이든 우린 언제나 행복할 수 있다.


#혼자#연애#행복#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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