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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영cjy 9시간전

문 밖을 나서기 전 생각해야 할 것

사회는 야생이다

어느 날 부모님과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 들렀다. 빵을 고른 후 카운터 앞에 서서 음료 메뉴를 살펴본다. 직원은 나에게 빵 트레이를 달라고 한 후 음료를 주문하겠냐며 말을 건넨다.


"음료 주문하시겠어요?"

"네, 잠시만요."

"엄마, 아빠 뭐 마실래요?"

"아메리카노? 녹차도 있고, 레몬티도 있네..."


부모님과 잠깐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직원이 음료 주문을 재촉한다.


"음료 주문해 주세요"

"네, 잠시만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주시고요..." 나는 말을 건넨 뒤 원두 종류가 적혀있는 메뉴판을 바라봤다. 되도록 산미가 적은 원두를 고르고 있을 때 직원이 물어본다.


"원하시는 커피 원두를 고르세요."

"네, 잠시만요." (가만있어 보자... 뭐가 좋으려나...)

"커피 원두 골라주세요."


무언가 나를 재촉하는 말투가 심기를 건드렸다. 나의 목소리 톤이 살짝 격양되니 직원도 움찔했나 보다.


"치아바타는 데워주세요."

"아, 치아바타만요?"

"네."


평범해 보이는 대화지만 서로 말에 가시가 살짝 돋아 있는 듯 따가운 느낌이다. 직원은 기계적이었다. 그렇게 불친절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았지만 그저 나는 인상이 찌푸려졌을 뿐이다.


사실 나는 누군가 조금만 나에게 불친절한 행동과 말투를 하면 티가 나는 스타일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상대방에게 친절해야 하고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는 게 기본값으로 입력되어 있다. 누군가 나의 기대치에 벗어나는 순간 마음이 불편해지고 공격성을 드러낸다. 아니면 방어적이게 된다고 하는 게 맞을까?


집에 돌아오는 길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래, 내가 준비가 되지 못했다. 문 밖을 나서면 야생인데 나는 다양한 상황에 미리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지를 생각해 둔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준비한 대로 행동하면 된다. 그 불편한 여운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내 앞에 무슨 상황이 놓여질까?


상황 1: 상대방의 말투가 불친절하다.

상황 2: 상대방이 나에게 목소리를 높인다.

상황 3: 상대방이 나에게 욕설을 한다.

상황 4: 상대방이 나에게 위협을 가한다.

상황 5: 상대방이 나를 때린다.

상황 6: 상대방이 나를 가르치려 든다.

상황 7: 상대방이 나를 웃음거리로 만든다.

상황 8: 상대방이 무례한 행동을 한다.


결국 내가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게 됐을 때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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