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으로 가는 길이 여기 맞나요?]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가 되어보았다.

by zunrong

어린 시절 영화관은 지금처럼 곳곳에 자리 잡고 있지 않았다. 영화를 보려면 시내 중심으로 가야만 했기에, 문화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은 시골에서는 교회와 같은 단체 시설에서 다 같이 모여 영화를 보곤 했다. 당시에 가장 뜨거웠던 영화는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이었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면, 나는 단연코 해리포터였다. '윙가르디움레비오우사'와 같은 명대사를 따라 하며 흉내 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아직도 잔상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반면의 반지의 제왕은 약간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교회에 모여서 보았었는데, 신성력이 가득한 종교시설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주는 흉흉하고 어두운 느낌이 컸다. 반지원정대가 세상을 지키기 위한다는 막대한 명분을 가지고 절대반지를 파괴하기까지의 스토리가 담긴 내용이기에 그럴만도 했다. 내 몸 하나 지키기 힘든 팍팍한 현실을 생각해 보았을 때, 어휴,,, 세상을 구한다니, 감히 상상도 못 할, 아니 하고싶지도 않다.


신혼으로 가는 길, 이번에는 내가 반지원정대가 되었다. 절대반지를 파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만들기 위한 여정이었다. 파괴가 아닌 생성(?)인데 이 반지원정대에도 어렸을 적에 무서움은 함께 했다. 보다 현실적인 무서움 '돈'이었다. 왼손 네 번째 약지를 감싸는 이 작고 소중한 물건이 그 가격만큼은 사우론과 맞먹는 사악함을 보여줬다. 그렇기에 반지를 고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산이 정해져야 했고 브랜드, 재질, 사이즈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생전 처음 들어 보는 국내 브랜드(브랜드가 실제로 존재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같은 경우에는 가격도 저렴한데, 자꾸만 무언가를 얹어줬다. 심지어 첫 방문 시 긁는 복권 이벤트가 있다 하여 긁었더니 바로 1등이 나와버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반지를 사면, 양가 어머님 브로치에 다이아 1부, 금목걸이, 귀걸이 세트, 1등으로 뽑힌 다이아 1부를 더 준다는 스토리. 신촌 현대백화점 매대 앞에서 팔던 1+1 스파오 반팔티셔츠를 그냥 못 지나쳤던 그때의 나였다면 계약금을 바로 넣었겠지만, 사이드 메뉴보다 메인디시를 집중하는 지금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반지의 퀄리티가 먼저 눈에 보였다.


까르띠에와 같은 유명한 명품 브랜드는 보이는 이미지와 퀄리티는 보장되었지만 맘에 드는 사이즈의 경우 예산을 한참 초과했다. 사람의 마음이 참,,, 그런 게 유명하고 비싸니 오히려 더 좋아 보이기도 했다. 세상에 판매하는 모든 상품에 프리미엄 라인이 왜 생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랄까. 그렇게 퀄리티와 예산을 맞춰가며 하나 둘 삭제하다 보니 딱 알맞은 반지를 구할 수 있었다.


결혼반지는 고대 로마시절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신부가 신랑의 소유임을 나타내는 표식으로 사용되었었는데, 다행히도 지금은 서로가 서로의 짝꿍임을 나타내는 표식이 되었다. 얼마나 티 내고 싶었으면 누구도 물어보지 않은 상황에서도 '나 임자 있음!'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걸까. 이번에 반지원정대가 되어 서로의 손에 반지를 끼워보니 알 수 있었다. 이제 나도 짝꿍이 생겼음을, 세상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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