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으로 가는 길이 여기 맞나요?] 잇츠마이턴

by zunrong

0.75명, 이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24년도 대한민국 출생률을 나타내는 숫자이다. 유튜브 '슈카월드'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로 한국의 출산율은 비행기를 타고 13시간 이상 날아가야 하는 저 먼 미국에서도 헤드라인 뉴스로 소개되곤 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은 23년 0.72명에서 소폭 상승했다는 정도. 미국 S&P500처럼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데 기여하기 위해, 나 또한 출생 전 단계인 결혼(물론 반드시 전제조건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에 한참 젊음을 불태우고 있다.


미래의 처가 방문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온 즉시 몸이 가벼워졌다. 온몸을 짓누르고 있던 긴장감이 헬륨가스처럼 날아가 버렸달까. 본래의 목소리를 잃어버려 초에겐남이 되었던 나도 다시 일반 에겐남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렇게 이제는 나의 차례가 되었다. "엄마 이번 주에 내려갈게~"


막상 본가로 내려가는 날이 다가왔음에도 나에게는 아무런 감정변화가 없었다. 평소에 집에 내려가는 기분과 다를 바 없는데 옆에 짝꿍이 있어 덜 심심한 정도랄까. 반면 짝꿍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여력 했다.

"오빠 이런 기분이었구나,,"

"응, 맞아 그거야"

집까지 내려가는 세 시간 남짓 옆자리에 자리한 짝꿍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가끔 거울만 쳐다보고 있었고, 그 기분을 알기에 오히려 내가 훨씬 더 떠들어댔다. 치과에서도 오기 싫은 내 순서가 결국에 오는 것처럼, 때가 됐다. 어느새 주차를 완료하고 현관문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어서 와~, 오느라 고생했다"

"안녕하세요~~!!"

"엄마 집 깨끗한데?"

엄마의 눈초리를 받는 눈치없는 멘트였지만 어색함은 곧바로 풀렸다. 식탁 위에는 이미 많은 음식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파블로스의 개처럼 나의 입에는 침이 고였고, 그때부터는 음식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흐르는 적막에서도 오직 한 사람만 야생의 본능에 충실했다.

"후루룩, 쩝쩝"

소음을 끝낸 건 엄마의 한마디였다.

"아유 이뻐라, 결혼을 갑자기 왜 이렇게 서두르나 했더니 이뻐서 그랬네!, 둘째 여자친구 아니었어도 이쁘네~."

내심 엄마에게 고맙기도 했다. '이쁘다'라는 말은 아름답다, 사랑스럽다, 귀엽다 이 모든 동사들을 아우르는 말인데 세상에 누가 싫어할까. 짝꿍도 그제야 긴장이 좀 풀렸는지 말도 많이 하고 밥도 잘 먹었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나의 턴도 끝나고 나서 잠들기 전 짝꿍이 말했다.


"오빠 역시 사람은 해봐야 느끼는 거 같아. 나 진짜... 이렇게나 긴장되고 어려울지 몰랐다!"


살다 보면 남이 하는 일에 대해서 해보지도 않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거 별거 아니잖아", "뭐 쉬운 거 아니야?" 등등 눈에 보이는 것에만 한정 짓는 경우나, 심지어는 들었던 것에만 한정 지어 쉽게 말하는 경우도 있다. 나 또한 그랬었다. 20대 초 군대를 전역하고 아직 군기가 빠지지 않은 시절 잠깐 용돈벌이를 하기 위해 인력사무소에 나가 일명 '노가다'를 한 적이 있다. 새벽 5시에 인력사무소로 출근해 앉아서 대기하고 있으면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경험의 장을 열어준다. 그러다 하루는 빗자루질에 당첨된 적이 있었다. 빗자루질 까짓것 뭐가 대수라고 생각했다. 길거리를 항상 깨끗하게 만들어 주시는 환경미화원 분들이 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단순한 빗자루질마저 정말 힘들다는 걸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나중에는 빗자루를 들 힘도 남지 않았고 숟가락질조차 덜덜덜 떨면서 했던 기억이 난다. 시야가 좁디좁았던 사회생활 초창기 시절에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게 일하는 줄만 알았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은 그저 쉬워 보였다. '뭐 별것도 아닌데 저렇게 엄살이지'. 그러다 그 별것도 아닌 것이 나에게 왔을 때야 생각했다. '저분은 이걸 다 어떻게 했을까..'. 한 번, 두 번, 여러 번 경험하고 나서야 남이 하는 일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쉬워 보이는 그 일 뒷면에는 분명 내가 모르는 어려운 일들이 도사리고 있으니 말이다.


짝꿍의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었다. 내심 나만큼 긴장하고 말도 못 하겠지(?)하는 못된 심보도 있었는데,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잘한 것 같아 다음번에는 나도 분발해야겠다. 이렇게 동기부여를 얻으며 또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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