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으로 가는 길이 여기 맞나요?]첫 만남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by zunrong

'처음'은 국어사전적 정의로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 앞'을 뜻한다. 나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성격으로 맨 앞은 항상 부담이고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매번 처음은 어려웠다. 첫 운전을 했을 때 '죽을 수도 있다'라는 두려움으로 핸들을 꽉 쥐며 천천히 기어가던 시절도, 첫 사회에 입성해 온몸을 긴장감으로 칭칭 감아 집에만 가면 기절하던 시절도, 한발 한발 엎어져가며 첫걸음마를 뗐던 유아기 시절까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분명 어려웠다.


그중에서 가장 어려운 게 첫 만남이었다. 첫 만남은 나에게도 순서상으로 맨 앞이지만, 상대방에게도 순서상으로 맨 앞이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어려운 게 서로 같이 만나 시너지로 더 커다란 셀렘과 두려움을 주는 것이다. 다행히도 그 처음을 극복하는 것 또한 함께라서 무엇보다 더 빠르게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자리를 잡는다. 오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며 가끔 서로 묻는다. '우리 어떻게 친해졌지?', '우리는 처음에 어땠지?' 희미한 첫 만남의 기억은 있지만 도무지 어떻게 친해졌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서로의 노력이 처음을 이미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 그런 것이지 않을까?


신혼으로 가는 길은 모든 게 다 처음 투성이었지만, 그중에서는 무엇보다도 어려웠던 처음은 예비 장모님, 장인어른께 인사를 드리러 가는 날이었다.


섭씨 30도를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의 더위와 파란 하늘과 3D형상을 한 높이 솟은 구름들. 유난히도 긴장했던 하루의 시작이었다. 아침부터 먼 길을 떠나기 앞서 심신의 안정을 위해 가부좌를 틀고 5분 명상에 진입했다. 작은 화면 속에서 명상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선생님은, 호흡을 컨트롤하며 나 자신을 느끼라고 해주시지만 그저 무호흡을 하지 않은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눈을 뜨고 전 날 토론하며 정해진 옷가지들을 주워 입는다. 마지막까지 최대한 단정하게 옷매무새를 다듬고 문을 나섰다. 다행스럽게도 황금휴일 사람들의 운전매너 속에 살아남기 위해 집중하다 보니 운전하는 동안에는 이 처음의 긴장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식당에 도착해 주차를 할 때까지도 분명 괜찮았는데 내리는 순간 인생 처음으로 맛보는 '처음'의 두려움과 맞닥뜨리게 됐다. (분명하건대 걸음마보다는 두려웠을 것이다.) 심장박동이 160 bpm을 넘어가면 운동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느릿느릿한 걸음으로도 180 bpm의 심장박동 수를 도달한 느낌이랄까.


'안녕하세요...! 000입니다!'. 닥터스트레인지에 빙의되어 수백 가지 장면을 예습했것만 너무나도 소심한 에겐남의 모습 그 자체였다. "..." 서로 인사를 하고 난 뒤 침묵과의 전쟁이 시작됐지만, 다행히도 음식이 빨리나와 시선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릇에 국을 떠드리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 아니 '덜덜덜'떨렸다. 누군가가 와서 세차게 뺨을 때려 올리며 '정신 차려!'라고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젓가락이 자꾸만 떨려 멀리 있는 반찬은 손대지도 않았다. (그 와중에도 밥은 야무지게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긴장감을 이기는 식탐이란,) 다행히도 예비 장모님, 장인어른은 너무나도 좋으신 분들이었다. 나에게도 불편할 질문, 아니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으셨고 그저 바라만 봐주셨다. 생각해 보니 처음 말했던 것처럼 첫 만남은 상대방에게도 처음이라 예비 장모님, 장인어른께도 어려웠던 게 아니었을까. 그렇게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처음'이 끝이 났다. 이번 '처음'도 희미해지고 잊힐 수 있을 때까지 서서히 녹아들어 갈 그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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