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으로 가는 길이 여기 맞나요?]홀투어

예비신랑은 거들뿐

by zunrong

신혼으로 가는 길에는 흔히들 거치는 길이 하나 있다. '결혼식'이라 읽고 '돈 먹는 하마'라고도 불린다. '결혼식'이란 제도가 누가 만들었고,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종종 뉴스에서 이런저런 이슈들을 접하곤 했다. 어느샌가 결혼식=돈이라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았고, 축하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과시'로, 누군가에게는 '돈벌이'수단으로 전략했다. 결혼식을 안 한다는 것은 손해로 여겨져 선택지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안 한다고 하면 통상적인 범위에서 벗어나는 행동으로 '왜?'라는 의문이 따랐다. '~이래서 안 하려고'와 같은 변명도 늘 필요했다.


그래서 결혼식 하는 거냐고요? 어쩔 수 없는 속세에 찌들어버린 나 또한, 남들이 다 하는 것을 하지 않을 용기를 미처 내지 못한 채 결혼식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 시작은 '홀투어'였다. 사실 앞에서 '결혼식'의 안 좋은 모습만 주구장창 나열했지만, 그 본래의 시작은 축복이기에 이왕지사 마음먹은 것 제대로 즐겨주기로 했다. 결혼식장을 구할 때는 크게 위치, 가격, 밥 퀄리티 세 가지를 보고 구했다. 위치는 네이버 지도로, 밥 퀄리티는 몇몇 리뷰들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가격만큼은 남극까지 숨어버렸는지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이웨딩'과 같은 비교사이트는 존재했지만, 통상적으로 알려진 가짜 금액만 적혀 있을 뿐 속 알맹이까지는 들여다볼 수 없었다. 모르면 어떡해? 발로 뛰어야지.


첫 번째 방문한 곳은 00 컨벤션, 밥이 유독 맛있다고 알려진 곳이었고 양가에서 오기에 위치도 꽤나 괜찮았다. 결혼식이 한창인 토요일,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부터 괜스레 남의 결혼식에 온 불청객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눈치를 보여 인파를 뚫고 들어가니 상담센터가 보였고, 곧바로 상담이 진행됐다. 설명해 주시는 내용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이런저런 촬영들과, 꽃 장식들 단 하나 알 수 있는 건 모든 게 '돈'이라는 것뿐. 가장 중요한 가격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귀를 쫑긋하게 되었다. 처음에 보여주는 가짜 가격에는 생각이 많아졌고, 이런저런 혜택이 붙은 진짜 가격에는 아울렛에 온 듯 소비욕구가 넘쳤다. 마지막으로 어마무시한 당일 혜택까지! 정말 중요한 건 이 혜택은 당일이 아니면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즉 다음번에 다시 상담을 와도 없다는 것!!!!??? 영업이란 게 참 무섭다.


두 번째 방문한 곳은 00 웨딩홀, 세 가지 조건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쁜 홀을 보유하고 있어 방문한 곳이다. 사실 첫 번째 00 컨벤션도 그렇고 내 의견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비슷하게 생긴 홀 간의 디테일한 차이를 찾기가 어려웠을뿐더러, 크게 찾고 싶은 욕망도 없었다. 애초부터 예비신부의 말을 들을 생각이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두 번째 00 웨딩홀은 너무했다. 홀도 이쁘고 가격도 첫 번째에 비해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영업담당자에게 나는 그저 투명인간이었다. 다른 웨딩홀들과 달리 예비신랑에게는 눈길 한번, 의견 한번 물어보지도 않았다. 신부 눈에만 보이는 수호신이 된 느낌을 받았달까. 상처 입은 나의 마음을 표현하자, 두 번째 홀은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세 번째 방문한 곳은 00 웨딩컨벤션, 위치, 가격, 밥의 퀄리티 모두 충족한 곳이었다. 특히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굉장히 메리트가 있었다. 주차, 서비스 뭐 하나 빠지지가 않았다. 하나가 빠졌다면 신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것 정도.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방문한 곳도 예산 측면에서 마음에 들었지만, 그저 한 번 내뱉어볼 뿐 의견까지 피력하지는 않았다. 그 정도의 눈치는 있다.


네 번째부터는 전문가가 되었고, 다섯 번째에는 내가 영업을 한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홀투어'를 진행하면서 느낀 건, 사실 홀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홀보다는 함께하는 사람들이 중요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결혼식에 가보았지만, 신부대기실 위치가 어땠는지, 샹들리에가 있었는지, 꽃은 어떻게 꾸몄고 식은 어느 순으로 진행되었는지, 가장 중요한 홀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신 신랑 신부가 어땠는지, 얼마나 긴장했고, 얼마나 행복해 보였는지 기억이 난다. 최소한 내가 기억하는 나는 어마무시한 홀에 입이 떡 벌어진 게 아니라, 신랑과 신부의 모습에서 축복과 행복함을 느꼈다. 물론 신랑과 신부를 가장 독보이게 해주는 장소는 맞겠지만, 결혼식이 이렇게 까지 이슈가 되는 건, 하나하나 우리들의 욕심이 모여 만들어 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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