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언젠가는
얼마 전, 홍대의 레코드샵에서 이상은의 [Darkness] 바이닐을 구했다. 평소 자주 가는 대흥의 레코드샵에서는 코빼기도 안보이던 음반이 우연히 지나가다 들어간 레코드샵에 버젓이 있는 것을 보고 속으로 얼마나 쾌재를 불렀는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꼽을 수 있는 그런 앨범. 수록된 모든 곡이 좋아 LP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는 부동의 자세로 앞에 쭈그려 앉아 마지막곡이 될 때까지 들을 수 있는 그런 앨범. 이 앨범은 그런 앨범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젠가는>이 있다. 어떤 경로로 처음 듣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돌아보면 이 노래를 듣지 않은 시기가 없었다 할 정도로 늘상 듣는 노래이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몰랐고, 사랑할 땐 사랑을 몰랐다. 젊은 날엔 젊음이 보이지 않았고, 사랑할 땐 사랑이 흔해만 보였다. 우리가 젊음을 깨닫고, 사랑을 보게 되는 시기는 모든 것이 지난 후이다. 젊음과 사랑을 청춘의 산물이라 한다면, 우리는 청춘의 시기가 모두 흘러간 후에야 청춘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한 다발의 추억이 떠내려간 후에는 모든 것이 추억으로만 남는다. 추억은 때때로 안 좋았던 기억들까지도 미화해주기에, 추억은 늘 좋은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일이었든 간에, 지나고 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그리워하고 아련한 감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렇지만 되돌릴 수 없다는 건 분명 슬픈 일이다. 아쉬운 일이고, 속상한 일이며, 분한 일이다.
누군가와 어울려 다니고, 책상 앞에 틀어박혀 공부를 하고, 가족과 식사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서울에 나가고, 그칠 것 같지 않은 비를 무심코 창문 밖으로 쳐다보는 그 모든 순간이 훗날 추억이 될 거라는 걸 나는 쉽게 까먹는다. 언젠가는, 이 순간순간을 그리워하며 다시 마주하기를 간절히 바랄 순간이 분명 오겠지만, 이렇게 글로 생각을 현상화하고 나면 보란 듯이 까먹은 채 일상의 지루함 속에서 허덕인다. 무언가 특별한 순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만 같아 쉽게 허비하는 현재의 시간들은 나중의 내가 간절히 바라고 그리는 시간이 될 거라는 걸 도대체 언제쯤 제대로 깨우칠 수 있을까.
집에서 이 노래를 틀면, 엄마는 언제나 따라 부른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센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노래를 틀면, 그 자리에 있는 어른들은 항상 후렴을 함께 흥얼거린다. 그들이 노래하는 후렴의 구절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가져다준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거라 부르짖는 과거를 추억하는 까닭은 그때의 나 자신이 그립기 때문일까, 아니면 함께 시간을 보낸 누군가가 그립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