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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스 Nov 17. 2020

온통 잃어버린 것들로 가득하더라도

코드 쿤스트, 최정훈, 사이먼 도미닉  -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

최정훈의 음악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이 문장이 언젠가 그에게 최고의 칭찬으로 닿기를 바란다. 그의 음악을 향한 확신으로 이 노래를 찾아들었다. 발매가 되던 어제 16일 오후 6시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6시가 되고 버스에 올라 이 노래를 튼 채, 나는 멍하니 창밖을 보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우리에게, 나에게 건네는 위로. 우리 곁에서 사라진 모든 것들을 향해 부르는 이 노래가 참 마음에 들었다. 남겨지는 것보다 사라지는 것들이 더 많은데, 그것들을 향해 슬퍼하지 말라는 그들의 위로가 꽤 명쾌하게 느껴졌다. 이 시국에 발매된 노래인만큼, 이 노래에서 사라진 모든 것들이란 코로나로 잃어버린 우리의 일상일 것이다. 이를테면 다 같이 모여 보는 공연, 즐기는 여러 행사들, 소소하게 어울리던 모임들, 가볍게 즐기던 사람들과의 어울림 같은 것들.


이런 노래를 나올 수 있게 해 준 코로나에게 감사해야 할까. 사라진 일상들을 곱씹다 보면 괜히 울컥하니 억울하기까지도 한데, 그런 와중 이 노래를 읊조리면 화가 조금은 가라앉는 것도 같다. 그리워하는 마음이 미래를 향한 마음이라는 가사말은 대체 누가 생각해냈을까. 과거를 그리워하고 탓하는 게 결코 헛되고 가치 없는 일이 아님을 말해주는 것만 같아, 괜히 누군가 원망하고 그리워해도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실 비단 이 시국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돌아갈 수 없는 곳들을 향해,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향한 생각을 거듭하는 건 현재의 아쉬움에서 비롯된다. 그때 그렇게 했다면, 지금은 이렇지 않을 텐데.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러지 않아도 될 텐데. 지금을 사는 우리는 이전의 우리를 향해 계속해서 질문한다. 그때 왜 그랬니?


이런 질문은 때로는 우리를 힘들게 한다. 누군가는 이 질문을 미련이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과거라며, 이제 그만 과거를 놓아주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아마 아티스트들의 생각도 나와 같지 않았을까. 우리는 그리워하며 나아간다. 그리움 속에 원망과 부러움, 아쉬움과 뿌듯함이 뒤엉킨다. 그리워하며 나아갈 때 우리는 정말 나아간다. 그렇게 백날 그리워한다고 사라진 것들이 돌아오는 게 아니더라도, 그래도 우리는 그리워하고 추억하며, 원망하고 아쉬워하며 그 감정들을 정리하고 생각한다.


올 한 해는 어쩌면 잃어버린 것들의 해였는지도 모른다. 그리움투성이로 점 칠 된 해로 기억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또 2020년을 계속해서 곱씹을 것이다. 잃어버렸던 모든 것들을 그리워하며, 돌아오지 않는 2020년을 향해 노래를 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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