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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스 May 02. 2021

내 인생의 노을은 핑크빛이기를 바라기에

검정치마-Plain Jane


취향 맞는 노래를  찾기 힘들었던 요즘이다. 근래  번이고 음악 리뷰를 올리려 했지만, 번번이   쓰다가 포기하기 일쑤였다. 이곳에 올리는 노래들은 진정 '심금을 울릴 만큼의' 임팩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 기준을 정했던 터라, 글을 쓰다가도 , 아직은  정도는 아니다, 싶은 노래들이 넘쳐나 그만두기를 여러번. 그러한 와중에 마음에  드는 노래를 찾았으니, 바로 검정치마의  앨범 마지막 트랙인 'Plain Jane'이다.


검정치마의 음악은 편안하다. 들으면 많은 생각이 떠오르지만 하나같이 내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기에 오히려 좋다. 아침보다는 저녁에 듣기 좋은 노래들. 오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터벅터벅 집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초라하지 않도록 옆에서 곁을 내어주는 그런 따듯함. 인생은 복잡하고 당장 내 앞에 놓인 과제들은 숨 막히지만, 적어도 노래 속에서 전해오는 따듯함과 포근함은 한결같으리라는 나의 믿음. 오랜만에 친구들과의 반가운 만남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오늘의 내 곁을 지켜준 것도 바로 이 노래이다.


나는 앨범의 마지막 트랙을 유심히 듣는 편이다.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것. 그건 어쩌면 처음을 여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첫인상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아무리 첫인상이 좋았다한들 마지막이 시원치 않으면 굳이 다음번의 만남을 기약하고 싶지 않은 게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기에. 앨범의 마지막곡이 좋으면, 나는 그 앨범을 여러 번 돌려듣는다. 마지막의 그 따듯한 곡과 만나기 위해 그 앞의 곡들을 들으며 기다린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굳이 LP와 CD로 음악 듣는 취미를 고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LP와 CD를 통해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레 내가 듣고 싶어 했던 특정 곡의 전후에 위치한 트랙을 듣게 된다. 원하는 곡만 앨범 속에서 딱딱 뽑아내 플레이리스트에 집어넣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그 전 트랙, 그 전전 트랙, 그다음 트랙, 다다음 트랙, 그렇게 마지막 트랙까지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티스트가 고민해 구성한 순서 속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노래를 흘려듣지 않고 세세히 듣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며, 동시에 한 앨범을 하나의 책으로, 그 속의 트랙들은 각각의 챕터로 이해하게 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다시 검정치마의 얘기로 돌아와서, 이번 앨범은 전곡이 영어로 구성되어 있다. 이 노래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 가수가 한국어로만 노래해야지 이 무슨 사대주의적 시도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유감이다. 때로는 영어로 전달되었을 때 더 적절한 노래의 분위기와 가삿말이 있는 법이다. 한국어로 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가 뭐가 그리 중요할까. 그저 마음에 와 닿기만 하면 되는 것을. 음악은 이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와 닿아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게 내 지론이다.


나의 하루에도 안녕을, 고단한 현대인들의 저녁에도 안녕을, 내일이면 어김없이 시작될 우리의 아침을 향해서도 안녕을. 세상이 조금 더 따듯해졌으면 좋겠다. 검정치마의 노래가 주는 딱 그 정도의 편안함을 서로에게 내어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아프지 않았으면, 지치지 않았으면. 나 자신을 향해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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