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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스 May 09. 2021

누구도 잘못한 건 없어

선우정아-남

살다 보면 사람의 인연이라는  생각처럼 그리 끈질기고 촘촘하지 못하다는  깨닫게 된다. 영원할  같았던 너와 나의 관계는 한동안 불타올랐을지 몰라도, 결국은 느슨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네가 떠난 자리에서 홀로 남은 나는 영원한 어둠 속에 버려진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 역시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나는 또다시 삶을 살아간다. 가족과의 관계, 연인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사랑이 들어간 이 모든 관계 속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하기 마련이고, 설령 틀어져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 해도, 우리는 최선을 다했기에 정말 누구도 잘못한  없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는, 나는 우리가 남이 될까 봐 불안했다.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되는데, 이렇게 틀어져 네가 나를 떠나가버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하루 종일 재잘거릴 상대가 없어지고, 화나는 일이 있으면 나보다 더 화를 내며 불같이 날뛰어줄 사람이 없어진다는 것. 그래서 종종 나는 나 자신을 포기하기도 했다. 나보다는 너를 더 생각하고, 내 행복보다는 너의 행복을 더 우선으로 생각하고, 그래서 네가 나를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사실 너를 원하기에 앞서 그저 내가 혼자가 되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아주 친했던 친구들을 잃는 일도 꽤 자주 벌어졌다. 아끼고 소중히 여겼던 친구와 사소한 다툼을 하고, 그렇게 오해가 커지고, 그래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 당시에는 배신감을 느끼고 나 스스로를 피해자로 여겼다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니 우리는 서로가 피해자였고 가해자였음을 깨달았다. 오랜 기간 동안 엮인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 간의 사이에서, 잘잘못은 반드시 서로에게 귀책이 있기 마련이고 그 어느 누구도 무결점 할 수 없다. 서로를 위했던 시간도 많았을 테고, 그래서 서로 행복했던 시간도 많았을 테고.




눈물도 소용없어요 우리는 여기까지야 이별이 이렇게 쉽네요 돌아서는 그 순간 남 사라지는 우리라는 말

-선우정아, <남>




다만 그 모든 게 거기까지였을 뿐이다. 딱 그 정도로 행복했을 인연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버틸 수 없는 슬픔은 애초에 짊어지지 않는 편이 좋다. 어깨에 올려 끙끙대지 말고, 바닥에 툭- 내려놓고는 가던 길을 마저 가자. 우리는 그 순간 즈음에 서로를 떠날 인연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남이 되었다 한들 우리가 이전에 '우리'였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 속에서 분명히 행복했기에.


이별은 쉽다. 어쩌면 서로를 관계 짓는 것보다도. 어렵사리 서로를 알았지만 떠나는 건 한순간이다. 나를 떠난 사람들이 그랬고, 내가 사람들을 떠날 때도 그랬다. 서로를 탓하지 말자. 행복했고, 그뿐이었다. 우리는 사라졌지만 너와 나는 실재하고, 우리는 지워졌지만 너와 나는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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