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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스 Sep 03. 2021

ABBA are back!

'맘마미아', '댄싱퀸'의 그 아바 맞습니다.


ABBA가 돌아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 된다. 정확히는 39년 만이다. 1982년 해체 선언을 한 후, 수십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뭉치는 모습 한 번 볼 수 없었던 이들이, 신곡이 가득 담긴 앨범 <Voyage>를 낸다. 오는 11월 5일 정식 발표를 한다고 하는데, 기사를 본 순간부터 사실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럼 아바의 공연을 더 이상 케케묵은 유튜브 속 480p의 화질로 보지 않아도 되는 건가? 추억 속 영상 자료가 아닌, 2021년의 아바 라이브를 드디어 들을 수 있는 걸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옛날 음악을 좋아했다. CD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올드팝'을 들으며 자랐다. 그중에서도 제일은 ABBA였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우리 할머니가 아바를 참 좋아하셨다. 컬러링은 <Dancing Queen>이요, 흥얼거리는 노래는 <I have a dream>이셨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내가 흥얼거리는 음악은 대개 아바의 것이었다. 적당히 흥겹고, 적당히 아름다운 노래들이 가득한 아바의 음악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아바의 음악은 이상하게 항상 내 곁에 머물렀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거의 가장 처음으로 사귀었던 친구는 <Thank you for the Music>을 가지고 오디션을 준비했다. 그 노래는 그렇게 그 과정을 지켜보던 내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영화 <맘마미아>를 보고는 더 깊이 빠져들었다. 노래 한곡 한곡이 너무 찬란해서, 내게는 마치 지중해의 빛나는 물결 같이 느껴졌다. <맘마미아> 속 푸르게 출렁이는 모든 자연 배경들이 아바의 노래와 아주 적당히 들어맞았다. 그렇게 <맘마미아>는 내 인생 영화가 되었다.


절정은 교환학생으로 떠난 호주에서 맞이했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어색하게 대화를 하다, 서로 음악 취향을 얘기하는데, 아바 얘기가 나왔다. 다 내 또래였는데, 이상하게 우리는 다 아바 음악을 좋아했다. 마음속으로 얼마나 손뼉을 쳤는지 모른다.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출 친구가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그렇게 기쁘고 벅찬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Waterloo>를 틀고 노래하고, <Chiquitita>의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는 다 함께 감상했다.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서 영화 <맘마미아 1,2>를 본 건 당연한 일이었고, 노래방에 가서 마이크를 잡고 <Dancing Queen>을 부르기도 했다. 함께 간 기숙사 파티에서 <Gimme! Gimme! Gimme!>를 부르며 방방 뛰기도 했다. 아바는 그렇게 나의 서툰 영어 능력을 메워준 훌륭한 우리만의 공통 언어가 돼주었다.



아바는 어느 시점에서 노래 부르기를 멈추고 무대를 떠나 있었지만, 2021년까지도 나 같은 사람들은 아직 아바의 노래를 애타게 찾고, 부르고 있었다. 과연 기다리고 있었냐고 물으면, 사실 그건 아니었다. 돌아올 거라 생각하지 않았고, 나는 그저 추억 속 노래와 무대만을 되풀이해야 하는 안타까운 팬일 뿐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아바가 돌아온다니. 그것도 새 노래를 들고, 새 앨범을 들고. 이건 놀라움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정말 신이 난다. 정말로 아바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내게 아바의 음악을 처음 들려주셨던, 가장 친한 단짝 친구였던 할머니는 이제 더 이상 내 곁에 안 계시지만, 당신이 남겨주신 아바의 음악은 여전히 내 마음 한 구석에 잔재한다. 기분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LP플레이어 위에 아바의 바이닐을 올려놓고 한바탕 듣고 나면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질 수가 없다.


위에 언급한 곡들 외에도, 사실 아바의 노래 중 좋은 노래를 꼽으라면 수없이 읊을 수 있다. <Take a Chance on me>, <S.O.S>,<Super Tropuer>, <I Do,I Do,I Do,I Do,I Do>,<The Winner Takes It All>,<Lay All Your Love On Me>,<Our Last Summer>,<Andante, Andante> 등. 정말이지 너무 많다.



Ooh

You can dance

You can jive

Having the time of your life

Ooh, see that girl

Watch that scene

Digging the dancing queen


-ABBA, <Dacning Queen>



사려졌던 팝의 전설이 돌아오는 광경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앨범이 발매되는 11월까지 경건한 마음으로 기다려야겠다. ABBA의 노래를 들으며 보냈던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에 더없이 뿌듯한 오늘이다.


+아래는 오늘 유튜브를 통해 사전 공개된 신곡이다. 제목은 <I Still Have Faith In You>.

https://www.youtube.com/watch?v=pAzEY1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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