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재윤 Jul 02. 2019

나의 첫 번째 강아지

재디의 예방접종

 



 재디의 심장사상충 예방접종을 위해 동물병원을 찾아갔다. 카운터에 가서 간호사가 재디의 정보를 기록했다. 그녀는 이름 칸에 재디의 이름을 ‘재리’로 썼다. 나는 문득 재리가 재디보다 발음하기 쉬운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름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서 바꾸지 않았다. 병원에는 강아지들을 위한 쿠션과 장난감, 플라스틱 울타리가 놓여 있었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있던 한 아주머니가 작은 강아지를 안고 있었다. 재디는 그 작은 강아지에게 관심을 보이며 다가갔다. 아주머니가 강아지를 살며시 내려놓자 둘은 인사를 나누었다. 아직 4개월밖에 되지 않아 둘 다 덩치가 비슷했다. 얼마 후면 재디가 훨씬 더 커질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 어서 그 모습을 빨리 보고 싶다는 마음과 이 크기 그대로 계속 남아있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겹쳤다. 차례가 되자 나는 엄마와 재디를 데리고 진찰실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이 컴퓨터 책상에 앉아 건강상태를 체크했다. 몇 가지 물음에 답한 뒤 의사 선생님은 재디에게 주사를 맞혔다. 재디가 가만히 있지 않자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는 재디의 발을 꽉 붙잡았다. 처음 있는 자리라 그런지 재디는 긴장하며 주위를 살폈다. 주삿바늘이 몸으로 들어가자 재디는 신음소리를 내며 아파했다. 주삿바늘을 꺼내고 의사 선생님은 재디의 몸에 솜을 갖다 대어 문질렀다. 나에게 몇 번 더 문질러주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나는 재디를 안고 솜을 몇 번 문질렀다. 나는 재디가 건강하게 오래도록 우리와 같이 살기를 바랐다. 재디를 놓아주고 피 묻은 솜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동물병원을 나서며 재디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해치웠단 생각에 홀가분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첫 번째 강아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