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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윤 Jul 02. 2019

나의 첫 번째 강아지

재디의 산책

 


 재디를 산책시킬 때면 항상 검은 비닐봉지와 사료를 챙겨나간다. 골든 리트리버는 하루에 2시간 정도는 산책을 시켜야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워낙 얌전해서 주인이 산책을 시켜주지 않으면 게을러진다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산책을 시켜주려고 한다. 재디는 밖에 나가는 걸 꺼릴 때가 곧잘 있는데 그럴 때면 간식으로 유인한다. 사료를 꺼내는 순간 재디의 눈과 다리는 간식을 향해 움직인다. 나는 재디 머리 위에서 말린 고기를 흔들어대며 손을 뻗는다. 재디가 간식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를 틈타 나는 아파트 뒤편 공터로 걸어간다. 공터에 도착하면 그제야 재디에게 간식을 준다. 어쩌면 이렇게 순진할까. 재디의 간식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꺾고 싶지 않았다. 공터에 도착하면 재디는 흙을 파고 그 자리에 앉는다. 움직이게 하기 위해 공터에 데리고 온 건데 계속 앉아있으면 나온 보람이 없다. 나는 재디를 억지로 일으켜 걷도록 한다. 재디는 그 자리가 좋은지 꿈쩍도 안 한다. 공터에는 공들이 놓여 있었는데 공 하나를 힘껏 차면 재디가 그 공을 따라 달려 나간다. 재디도 몸이 근질거리고 놀고 싶을 때 내가 공을 차면 좋아한다. 재디는 공을 따라가 물거나 발로 차기도 한다. 나는 그 공을 다시 차면 재디는 또 공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간다. 몇 번 공차기를 하면 내가 더 지친다. 재디를 부르며 내가 도망치면 술래잡기를 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재디가 나를 뒤쫓는다. 운동을 하고 나면 재디는 풀숲에서 배변을 싼다. 나는 검은 봉지로 배변을 치우고 하얀 통에 버린다. 재디는 집에 가자고 하면 가기 싫다며 또 버틴다. 내가 아무리 가자고 목줄을 끌어도 재디는 꼼짝하지 않았다. 그럼 할 수 없이 나는 또 간식을 꺼내 들고 유인한다. 재디는 간식 앞에서는 고집도 금방 사라져 버린다. 나는 엘리베이터 안에 다다라서야 재디에게 간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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