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내가 어릴 적 읽던 책이 몇 권 있는데, 이 슬픈 도라지꽃도 그중에 하나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시절 전집은 엄청 비쌌고, 올컬러 전집이라 엄마가 큰 마음먹고 사셨다고 했다. 아이들을 위해 큰 결단을 했을 젊은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괜히 웃음이 나온다. (친정 엄마의 교육열을 따라가려면 나는 아직 멀었다.) 엄마께서는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 몇 권을 남겨두셨는데 30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이솔이도 재밌게 읽고 있다.
어젯밤은 이솔이와 함께 슬픈 도라지꽃을 함께 읽기로 했다. 둘째 해솔이가 잠들고 함께 소파에 앉아 도라지꽃 이야기를 읽어 내려갔다. 책장을 덮고 나자 이솔이가 나에게 물었다.
�� : 엄마, 왜 도라지는 바우도령을 따라가지 않은 거야? 사랑하면 따라가야지. 그러면 서로 헤어지지 않잖아. 같이 가서 같이 죽으면(?) 되는 거잖아. 그러면 안 슬프잖아.
같이 죽으면 된다는 말은 다소 극단적인 말이지만 이솔이의 말도 일리가 있어 순간 말문이 막혔다. 책을 읽고 자기 나름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게 엄마로서 기특하기도 했다. 사랑에 있어서는 진취적인 그녀. 얼마 전에는 자기랑 결혼할 남자를 찾아 나서더니,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외국을 가고 죽음까지 불사하는 여자가 되었다.
같은 책이지만 나는 이솔이와는 다르게 생각했던 게 기억이 난다. 바우 도령이 중국에서 혼인을 했다는 이야기에 혼인을 한 중국여인의 얼굴에 점을 찍고 엑스표를 하며 미워하기만 했다. 그저 바우도령을 미워하고 원망하기만 했지 도라지가 바우 도령을 따라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솔이의 당찬 반응이 마음에 든다.
같은 책을 시간을 뛰어넘어 아이와 함께 읽으니 이렇게 서로의 다른 생각도 나눌 수 있고 또 다른 재미가 있다. 3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책이 변하지 않고 잘 남아있는 것도 신기하다. 육아일기뿐만 아니라 우리의 흔적이 담긴 그림책을 소중하게 보관해 주신 엄마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