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
엄마.
'육아일기를 왜 써야 할까?'라는 생각을 해봤어.
엄마의 일기를 읽어 내려가며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 그 일기를 이어 쓰며 늘 했던 질문이야. 육아일기를 쓰는 첫 시작은 다들 비슷한 것 같아. 지금의 아이의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더 잘 기억하기 위해서. 그러면서 한 편은 사진이랑 동영상이 이렇게나 많은데 굳이 일기로 남겨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 늘 부족한 사진 용량에 정리하지 못한 아이들의 사진이 넘쳐나는 걸 보면 풀지 못한 숙제처럼 답답하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육아일기를 쓰는 이유는 지금의 아이를 위함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어.
아이들은 살아가면서 흔들리는 순간이 오잖아. 지금 우리 아이들은 너무 어려서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아이들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게 해주는 게 바로 가족의 사랑인 것 같아. 내가 사춘기를 심하게 겪지 않은 것도 늘 집에 오면 느낄 수 있었던 안정감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야. 나의 가족의 기억은 사랑이기에 어른이 되어서 가정을 꾸리는데도 주저함이 없었던 것 같아. 육아일기는 훈육의 기록도 교육의 기록도 아닌, 아이에게 사랑받았다는 증거를 남겨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아이를 낳고서 비로소 깨달은 바인데, 육아일기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엄마인 '나'인 것 같아. 지금까지 버텨온 나, 성장한 나, 애쓴 나를 기록하는 것이 육아일기를 쓰는 또 다른 이유 같아. 아이를 잘 키웠다는 증명이라기보다는 내가 하루하루 성실하게 여기까지 왔다는 증거가 바로 이 일기가 될 것 같아.
엄마의 육아일기가 너무도 다정하고 사랑이 가득해서 나도 육아일기를 잘 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 근데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맞춤법이 틀려도 감정이 날 것이어도 어쩔 수 없지. 결국 나도 엄마로 성장하는 중이고 그걸 기록하는 게 나의 육아일기이니까. 아이들도 성장하지만 나도 성장 중임을 느껴.
오늘 내가 쓰는 이 한 줄이, 엄마의 일기가 나에게 그랬듯 우리 아이들에게 닿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