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스 사랑
갑자기 날씨가 좋아졌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바람이 꽤 쌀쌀해 경량 패딩을 입고 다녔는데, 갑자기 초여름이다. 도저히 집에만 있을 수 없어서 동네 한 바퀴 돌고 왔는데 마침 근처에 사는 친구 부부가 삼겹살을 먹으러 오라고 초대를 했다. 셧다운때문에 가끔 온라인으로만 만나고 직접 만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바깥공기를 마시면서 테라스에서 구워 먹는 삼겹살은 정말 최고였다. 무생채에 부추 절임까지 한국에 있는 것처럼 제대로 먹은 한 끼였다.
친구 부부네 동네로 가는 길에 정말 거의 모든 테라스마다 사람들이 나와서 햇빛을 쬐며 드러누워 있거나 앉아있었다. 커피를 마시거나, 술을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각자의 방식으로 테라스에서의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심지어 테라스가 없는 집은 창문 난간에 기대어서 햇빛을 쬐고 있었다. 우리 아랫집 이웃도 창문 난간에 다리를 올려놓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라면박스를 뒤집어서 상으로 쓰고, 꼭 대학교 때 엠티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각자 서로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첫 만남은 어땠는지, 결혼식 이야기, 집 이야기 정신없이 나누다 보니 7시간 동안을 그 집에서 놀았다. 하루의 1/4을 논 셈이다. 외국에 나와있고 비슷한 또래라서 그런지, 더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된다. 한국 돌아가면 이 날을 그리워하겠지.
넷 이서 맥주랑 와인 세 병을 마셨더니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오랜만에 한국스타일로 놀고, 한국에 있었던 것처럼 숙취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