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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어른이 Apr 10. 2020

D-83, 눈 다래끼

좁쌀만 한 다래끼 때문에 하루 종일 불편하다

어제부터 왼쪽 눈이 약간 욱신거렸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눈 다래끼가 났다. 마치 쌍꺼풀 수술을 하고 막 나온 사람처럼 눈이 붓고, 속쌍꺼풀이 밖으로 크게 생겼다. (다래끼가 낫고 나서도 쌍꺼풀이 계속 크게 져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절대 그렇게 될 일은 없겠지) 


별 일은 아닌데, 다래끼가 났다고 세상만사가 귀찮다. 무슨 큰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눈을 뜰 때마다 욱신거리니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눈 다래끼 핑계를 대고 계속 잠을 잤다. 락다운 기간이라 어디 갈 때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는데 자고 일어나니 내가 좀 한심하다. 


옷을 입고 근처 약국에 가서 'I've got sty in my eye.'라고 말하고, 눈을 보여줬다. 연고나 약을 구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딱히 약은 없고, 눈꺼풀을 소독하는 세정 솜을 주었다. 세정 솜 20개입에 12.2유로. 비싸다. 약사가 따뜻한 수건으로 온찜질을 자주 해주고, 눈꺼풀을 최대한 만지지 말라고 주의사항을 일러주었다. 남편이 약국에서 사 온 세정 솜을 보더니 근처 한국인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한 명에게는 안약을 다른 한 명에게는 먹는 알약을 구해서 왔다. 이럴 때 우리나라가 생각난다. 


세정 솜으로 닦고, 온찜질도 하고, 안약도 넣고, 알약도 먹으니 훨씬 나아진 느낌이 든다. 좁쌀만 한 다래끼 하나 났다고 눈을 뜨고 있는 게 불편하다니. 눈이 불편하기 뭐 쳐다보기도 싫고 이래저래 다 귀찮다. 회사 다닐 때야 일에 집중하느라 이 정도의 불편함 정도는 그냥 잊고 넘어갔을 텐데, 아무 일도 안 하니 작은 불편함이 크게 느껴진다. 근데 남편 말대로 이럴 때 이런 핑계로 쉬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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