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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어른이 Apr 12. 2020

D-82, 웹툰 삼매경

아재웹툰에 빠지다

어릴 적 사촌오빠 집에 놀러 가서 슬램덩크나, 드래곤볼 등 소년만화를 자주 보곤 했는데, 사촌 오빠의 취향이 무협만화는 아니었는지 무협만화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락다운의 심심함을 타개할 요량으로 평소에 보지 않던 웹툰을 하나둘씩 시작하게 되었는데 여러 웹툰 중 나의 마음을 온통 빼앗긴 웹툰이 있었으니, 바로 용비불패와 고수다. 


웹툰 평점이 아무리 높아도 썸네일만 딱 봐도 평소에 내가 보던 웹툰 스타일이 아니라서 거들떠도 보지 않았는데, 우연히 남편의 추천으로 보기 시작해서 몇 날 며칠을 핸드폰만 붙잡고 다 끝냈다. 한국에서 데이트할 때 만화카페를 가끔 가곤 했는데, 그때는 이런 만화를 보는 남편을 속으로 '아재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런 아재 만화를 좋아하다니, 이제 나도 찐아줌마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이나 보는 영화에 대한 리뷰는 간간히 남기긴 했어도, 내가 봤던 만화에 대해서 리뷰를 남기는 건 처음이다. 그만큼 감동하고 재미있게 봤다는 뜻이다. 생각해보니 엄마도 나를 임신했던 시절에 무협 영화를 (그때는 비디오로 빌려서) 신나게 보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엄마를 닮아 나도 무림의 고수들에 매력을 느끼나 보다. 높은 퀄리티와 압도적인 분량에 매 화를 볼 때마다 놀랍고 신기했다. 동시에 다른 어떤 웹툰을 볼 때보다도 이 작품을 그린 작가님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장면은 어떻게 그렸을까. 어떻게 이런 연출을 했을까. 감탄이 계속되었다. 


더불어 20년 전에 연재가 되었던 용비불패가 네이버에서 웹툰으로 연재되기 시작했을 때, 그 시절 독자들이 느꼈던 흥분과 감동을 댓글로 계속 확인하는 것도 큰 재미였다. 미리보기로 정주행 한 애독자들의 댓글을 몇 년후에 확인하는 느낌이란.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마지막 편을 볼 때까지 계속되었던 것 같다. 


무협 만화의 소중한 첫 경험을 이 만화로 시작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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