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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어른이 Apr 10. 2020

D-84, 쓰레기 공부

우리나라보다 더 복잡한 벨기에 분리수거

벨기에로 이사 와서 했던 첫 번째 공부가 바로 쓰레기 공부이다.  Trash Calender가 따로 있을 정도로 수거하는 날짜도 다르고, 분리하는 방식도 우리나라와 달라 한동안은 쓰레기를 아예 안 만드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몇 개월 동안 생활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날 잡고 쓰레기 분류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를 했다. 현지인들에게도 쓰레기 분류는 가끔 알쏭달쏭할 때가 있는데, 그런 상황을 위해 Recylce!이라는 앱을 통해 검색해볼 수 있다. 


이 곳의 쓰레기는 크게 일반 쓰레기, PMD(플라스틱, 메탈), 종이, 유리, GTF(음식쓰레기)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종류 자체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데, 세부적으로 분리하는 게 조금 다르다. 각 쓰레기 종류별로 내놓는 날짜도 다르고, 동네마다 수거시간도 달라 매일 체크를 해야 한다. 짧게는 1주일 한 번 수거하고, 길게는 1달에 한 번 수거하는 쓰레기 종류도 있어 한 번 수거일을 놓치면 다음 수거일까지 쓰레기 더미를 안고 지내야 한다. 


각종 쓰레기봉투는 근처 마트에서 살 수 있는데, 일반쓰레기봉투가 가장 비싸고, 음식 쓰레기 및 PMD봉투가 가장 저렴하다. 봉투값에 차등을 주어서, 쓰레기를 분류할수록 더 저렴한 값에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1. 일반쓰레기 : 갈색 봉투

초록색:음식쓰레기 / 갈색:일반쓰레기

각종 생활쓰레기를 담는 봉투. 처음에 쓰레기봉투를 보았을 때, 봉투를 묶는 끈은 어디서 파는 건가 궁금해했는데, 쓰레기봉투 윗부분에 비닐 끈이 내장되어 있어 버릴 때 저 윗부분을 매듭지어 버리면 된다. 


(원래는 안되지만, 현지 사람들을 보니 그냥 음식쓰레기도 일반쓰레기에 같이 버린다. 음식쓰레기 양이 많지 않을 때, 나도 일반 쓰레기봉투에 음식 쓰레기를 같이 버리는데, 그때마다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린다.)


2. 음식&가든 쓰레기(GTF) : 초록색 봉투

우리는 2인 가정이기 때문에 음식 쓰레기가 참 애매하게 나오는데 GTF수거에 버리기에는 음식 쓰레기 양이 너무 적고 그렇다고 안 버리자니 찝찝해서 항상 딜레마에 봉착한다. 요즘은 그냥 일반쓰레기 수거 날에 음식쓰레기도 같이 모아서 한꺼번에 버린다. (하지만 버릴 때마다 매번 너무 찝찝하다.) 웬만하면 음식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리려고 노력한다.


3. 종이

그나마 우리나라랑 가장 비슷한 게 종이이지 않을까 싶다. 양이 많을 때는 노끈으로 묶어서 버리면 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냥 종이 쇼핑백에 담아서 쇼핑백 채로 밖에 둔다. 


4. 유리

유리는 수거 품목에서 제외된다. 근처에 유리를 수거하는 포인트들이 있는데, 수거 장소에 가서 유색병과 흰색병을 분리하여 버리면 된다.(리사이클 앱에서 병 수거 포인트 확인 가능) 맥주병, 와인병의 경우 병 값이 제품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근처 마트에 가져가서 반납하는 경우 병 값을 준다. 모든 병이 판매되는 건 아닌데, 수입 맥주의 경우 병 값을 받을 수 없고, 와인병의 경우 하단의 리사이클 마크가 있는 경우에 한해 병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하이네켄 기념관에서 사 온 맥주병을 들고 갔더니, 하이네켄은 수입 맥주라서 병 보증금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와인병도 내가 좋아하는 와인은 다 보증금 반환이 안 되는 병이었다.... 근처 병 수거함에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5. 부드러운 플라스틱. 비닐 등 : 빨간 봉투

과일이나 야채 담는 플라스틱 통, 비닐봉지, 요구르트 통은 PMD에 버릴 수 없고 빨간 봉투에 담아서 버려야 한다. 남편이 가장 잘 헷갈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 플라스틱 분류인 것 같다. 실제로 현지인들도 많이 헷갈려하는 것 같다. 









6. PMD : 하늘색 봉투

플라스틱, 메탈, 음료병의 앞 글자를 따와 PMD라고 부르는 쓰레기. 플라스틱의 경우 조금 딱딱한 종류의 플라스틱이 수거 대상이다. 페트병, 세제를 담던 통 등.. 메탈은 통조림 캔, 음료병은 우유, 주스의 종이각을 의미한다. 플라스틱과 철과 종이를 한꺼번에 담아서 버리다니 이것 역시 좀 찝찝하다. 


플라스틱 분류가 좀 헷갈려서 그런지 어제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니, 수거가 거부된 PMD봉투가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빨간색 스티커로 수거거부가 되는 경우에, 집으로 다시 가져가서 재 분류한 다음에 스티커를 제거하고 다음 PMD수거일에 내놓아야 한다고 한다. 



이 외에도 살충제와 같은 유해한 제품을 담았던 통, 전구 등 몇몇 제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 몇 개월 여기서 살았다고 이제는 분리수거하는 게 몸에 배어있지만, 처음에는 쓰레기 하나하나가 무슨 테스트 같았다. 한국의 아파트 쓰레기 분류장이 얼마나 그립던지.. (애매한 쓰레기 같은 경우에는 주변에 기숙사 사는 친구에게 버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쓰레기 분리에 힘쓰다 보니 쓰레기 자체를 안 만들려고 노력하기도 하고(과일, 야채를 담는데 쓰는 종이봉투나 비닐봉지를 줄이기 위해 전용 망을 가져간다), 재활용도 최대한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쓰레기를 보는 시각이 좀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 중인데, 아이러닉 하게도 락다운 기간이라 이전에 비해 쓰레기가 많아졌다. 우리 집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의 가정 쓰레기가 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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