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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어른이 Apr 13. 2020

D-79 부담스럽지 않은 일요일 저녁

월요병이 없는 요즘

남편도 재택근무를 하고 나도 일을 안 하니 매일의 구분이 참 모호하다. 그나마 매일 일기처럼 작성하고 있는 글을 보며 매일의 흐릿한 경계를 애써 구분하고 있는 느낌. 


일요일이라 마트가 모두 문이 닫아, 근처 친구가 맥주를 빌리러 우리 집에 왔다. 그냥 가라고 하기 그래서 온 김에 친구 와이프도 불러 저녁까지 먹고 가라고 했다. 갑자기 밥을 안치고 부랴부랴 부대찌개를 만들었다. '일요일 저녁이라 쉬셔야 하는데 부담스러운 거 아니냐.'라고 친구 부부가 걱정해줬는데, 실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우리 집에 놀러 온 손님이 반가울 정도. 평소 2인분만 만드려다가 4인분 만드려고 하니까 맛이 있는 건지 양념은 얼마나 더 넣어야 하는 건지 간도 잘 못 보겠어서 남편을 몇 번이나 불렀는데, 만들고 보니 국물까지 싹싹 다 먹었다. 음식은 여럿이서 먹어야 맛있는 법.

정말 배불러서 더는 못 먹을 것 같았지만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고, 아시안 마켓에서 사 두었던 호떡 믹스로 호떡을 만들어 먹었다. 견과류까지 넣어서 나름 루벤표 씨앗 호떡을 만들어 보았다. 둘이 먹기엔 양이 많고 언제 손님 오면 만들어 먹어야지 미뤄두던 게 이제야 먹었다. 


아침에 일어나 매일 같은 공간에서 밥 먹고, 요리하고, 쉬고, 잠자고... 매일의 경계가 모호한 요즘. 오랜만에 느껴보는 북적임으로 주말 같은 주말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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