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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어른이 Apr 17. 2020

D-75, 역시 고기반찬

집에서 만든 수제 돈가스

누가 나에게 고기와 생선 중에 고르라고 물으면, 나는 '생선'을 좋아한다고 말할 것이다. 엄마가 뭐 먹고 싶냐고 물어봤을 때 생선 구이를 자주 말했고, 그에 반해 내 동생은 삼겹살을 말했다. 자칭 해산물 킬러다. 반면에 남편은 친한 친구들의 모임이 '고사모(고기를 사랑하는 모임)'일 정도로 고기를 좋아한다. 확실히 해산물보다는 고기를 좋아하는 육식 파다. 서로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남편은 서촌 계단집에서 참소라 내장을 맛있게 먹는 나를 보며 놀랐고, 나는 아침부터 삼겹살을 구워 먹는 오빠의 식성에 놀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오빠보다 더 좋아하는 고기 메뉴가 있었으니 바로 돈가스다.


한국에 있을 때는 고기가 두툼한 일본식 돈가스를 좋아했는데 대학로 정돈을 자주 갔다. 그동안 엄두가 안 나서 돈가스에 도전하지 못했는데 마침 마트에서 스테이크용 돼지고기를 예쁘게 썰어서 팔 기래 큰 마음을 먹고 도전을 했다. 한국이라면 정육점에서 친절하게 고기를 손질해주겠지만 여기서는 직접 내 손으로 고기를 다듬었다. 어떻게 다듬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집에 사둔 마늘 다짐기를 이용해서 돼지고기를 다져주고, 포크로 콕콕 찝어주었다.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 할 수밖에. (먹어본 결과 고기도 부드럽고 성공적이었다.)

이 대신 잇몸이라고, 마늘 다짐기로 두들겨준 돼지고기. 처음의 탱탱함은 사라지고 고기가 부드러워졌다.


집에서 만드는 수제 돈가스

재료 : 돈가스용 돼지고기(등심, 안심 등), 허브솔트, 빵가루, 밀가루, 계란 1개, 식용유

양념 : 우스터소스, 와사비, 깨


1. 돈가스용 돼지고기는 정육점에서 손질해달라고 부탁합니다.(저는 집에서 마늘 다짐기로 돼지고기를 두들겨 주고, 포크로도 콕콕 찍어주었어요). 손질된 돼지고기에 허브솔트로 밑간을 해 주고, 냉장고에서 30분 정도 숙성시킵니다.

3. 돼지고기를 밀가루 -> 계란 -> 빵가루 순으로 무쳐줍니다.

4. 기름을 넉넉히 두른 프라이팬이 어느 정도 달궈지면 돈가스를 넣고 튀겨줍니다. (처음엔 동영상처럼 기름을 많이 넣어서 높은 온도에서 튀겼는데, 두 번째는 기름을 많이 쓰는 게 싫어서 기름을 최대한 적게 넣고 대신 중불에서 익혀줬어요. 건식 빵 가루라 온도를 높게 하면 빵가루만 타고 돼지고기는 속이 안 익는다고 하던데, 두 번째 방법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5. 완성


경양식 돈가스처럼 그릇에 멋있게 플레이팅을 하려다 너무 배고파서 그냥 포기하고 밥반찬처럼 먹었다. 우스터소스에 와사비와 깨를 넣고 섞어주니 사보텐 돈가스 느낌이 나서 먹고 또 한 번 만들어서 먹었다. 미소 된장국과 샐러드까지 함께 먹으니, 돈가스의 느끼함도 줄고 맛있었다.


어릴 적 엄마가 집에서 튀겨주던 돈가스의 맛이 났다. 남편과 나 둘 다 '맛있어'를 외치며, 서로의 엄마를 떠올렸다.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 맛이다. (나름 감상에 빠져서 먹고 있는데 남편한테 다 뺏겨서 다음날 아침 남은 돈가스 2개는 내가 많이 먹었다. 고기 반찬이 올라오니 남편의 밥 먹고는 속도가 엄청 빨라졌다. 역시 고기 반찬이다. )


이번주 베스트 메뉴로 선정해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려봤다. 돈까스 만드는것보다 그림을 그리는게 더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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