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2월 2일
2025년 1월 15일
엄마.
오늘은 모유수유 이야기를 해볼까 해.
어쩌다 보니 첫째 이솔이는 돌까지, 그리고 둘째 해솔이는 태어나고 6개월 넘게 모유수유를 하고 있네. 엄마는 모유가 안 나와서 모유수유를 얼마 못했다고 했는데, 나는 오히려 젖양이 많아서 고생했던 걸 보니 젖양은 유전이 아닌가 봐.
첫째 때는 요령이 없어 조리원에서 무조건 세 시간에 한 번씩 유축하고 젖양이 엄청 늘었는데, 둘째 때는 요령이 생겨서 양을 무조건 늘리지는 않았어. 오히려 단유 하는 사람처럼 가슴을 꽁꽁 메고 있었다니까. 그래서 그런지 첫째 때는 100일이 되어서야 모유수유가 편해졌는데, 둘째는 50일이 되니까 아이랑 젖양이 딱 맞아서 편해지더라고. 처음 적응하기까지가 좀 힘들어서 그렇지 그 이후에는 모유수유만큼 편한 게 없는 것 같아.
모유수유 기간이 꽤 길어서 그런지 가슴 마사지를 해주시는 관리사분들도 여럿 만났는데, 그때마다 '젖이 너무 좋다. 참젖이다. 유질이 참 좋다'라는 말을 들었어. 젖이 아까우니 셋째 낳으라는 소리까지 들었다니까. 엄마들이 아이 낳고 젖소가 된 느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젖소가 된 느낌이 들었어. 기분이 나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칭찬으로 생각했어.
처음에는 남에게 가슴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정말 부끄럽고 이상했는데, 익숙해지니까 부끄러움도 덜 해지더라고. 그래도 부끄러운 건 여전히 부끄럽더라. 둘째를 낳고 서울시에서 '행복수유'라는 프로그램으로 출장 가슴마사지를 무료로 해주는 게 있었어. 모유수유 자세도 직접 봐주시고, 수유를 잘할 수 있도록 가슴 마사지도 해주는 거였지. 산후관리사, 엄마, 가슴마사지 관리사 분 세 명이 상의 탈의를 하고 가슴마사지를 받는 나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찌나 기분이 묘하던지. 관리사분은 상위 98% 우량아인 둘째를 두고 엄마젖이 좋아서 복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며 가슴마사지를 하고 계시고, 엄마와 산후관리사분은 끄덕끄덕하며 아이가 참 통통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그 와중에 내 가슴에서는 모유가 분수처럼 솟아올라 내 다리부터 관리사분의 얼굴까지 안 튀는 곳이 없어 나는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그때의 장면이 무슨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잊히지가 않더라고. 내 육아에서 잊지못할 순간 중의 하나야.
어쨌든 그 마사지 이후로 나를 괴롭히던 유두백반도 사라지고, 이제는 정말 편하게 모유수유를 하고 있어. 아이가 입을 오물오물하며 열심히 먹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벌써부터 모유수유가 끝나는 날이 올까 봐 아쉬워. 힘들지만 귀여워서 행복한, 육아는 참 양가적인 감정의 연속인 것 같아. 아이를 낳는 것도 기르는 것도 엄청난 행복감과 동시에 참아야 할 고통이 참 많은 것 같아. 그래서 엄마는 강하다고 하나봐. 해솔이가 또 나를 부르네~ 맛있게 맘마 주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