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3월 5일
2025년 3월 4일
엄마.
오늘은 이솔이가 유치원에 처음으로 등원하는 날이야. (1989년의 엄마는 이삿짐을 싸느라 바쁘고, 2025년의 나는 아이 유치원 첫 등원을 시키느라 바빴네.)
이전의 다짐이 무색하게 유치원 셔틀이 다가오니 이솔이의 표정이 굳어버렸어. 이솔이의 등원길이 조금 더 힘차기를 바라는 마음에 해솔이까지 아기띠에 메고 온 가족이 출동했건만, 멍한 표정으로 선생님께 들려서 자리에 앉는 이솔이를 보며 걱정이 앞서네. 그래도 손 뽀뽀도 하고 파이팅도 해주고 할 건 다 해 주는 이솔이야. 엄마를 포함한 양가 어른들이 모두 이솔이의 등원을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정신없는 와중에 첫 등원길을 동영상으로도 남겼지. (집에 와서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모르겠어.)
아침에 이솔이를 보내고 전쟁통이 된 집을 정리하면서도 마음은 이솔이에게 가있었어. 유치원 준비물을 빠짐없이 준비한다고 했건만 여벌옷을 빼먹었지 뭐야. 준비물 문자를 읽고 또 읽었는데, 빠뜨려서 부끄러웠어. 당장 큰일이 나는 건 아니지만 괜히 실수라도 해서 여벌옷이 필요하지는 않았을까 이런저런 걱정회로를 돌리곤 자책을 했어.
마음이 콩밭으로 가있어서 점심도 대충 라면을 끓여 먹고 괜히 왔다 갔다 이런저런 집안일을 했다가 말았다가 시계만 쳐다보고 있었어.
드디어 이솔이가 오는 시간이 되어 픽업 장소로 나갔어. 언제쯤 버스가 오려나 버스가 오는 방향을 미어캣처럼 살펴보고 있었지. 저 멀리서 노란 버스가 오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어. 멀리서도 이솔이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어. 다행히 엄마를 발견한 것 같아. 하원 선생님과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 엄마를 반기는 이솔이. "엄마, 나 엄마 보고 싶어서 조금 울었어." '울었다.'는 한 마디에 마음이 철렁했지만, '조금'이라는 단어에 그래도 많이 울지는 않았구나 싶어 다행이었어. 한 번 꼬~옥 안아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
'재밌었니? 중간에 화장실은 갔니? 선생님은 어떠셔? 친구들은 어때? 뭐 하고 놀았어?' 등등 질문 폭격기가 된 내 질문에 이솔이는 그래도 이러쿵저러쿵 대답을 해주었어. 화장실에 혼자 가서 쉬를 했고 팬티랑 바지를 혼자 입었다. 여자 친구들이 더 많이 있었다. 친구 슬이랑 같이 자석 놀이하면서 놀았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책상 밑에서 조금 울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첫 날치곤 괜찮았다 싶어 안심을 했어.
괜히 동생을 괴롭히고, 엄마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솔이. 낯선 환경에서 혼자 마음이 불편했던 것 같아. 짜증을 내기도 하고 뭔가 불안정한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서 나도 정신없이 저녁을 보냈네. 그래도 엄마가 오늘 함께 해주어서 예민해진 이솔이와 언니 때문에 이유 없이 괴롭힘을 당하던 해솔이를 돌볼 수 있었던 것 같아.
저녁 먹는 도중에 이솔이 선생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셔서 이솔이의 하루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 참 감사했어. 이솔이에게 전해 들었던 것보다는 잘 적응하고 지냈던 것 같아. 이솔이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영어 시간에 자기 이름을 영어로 말하고 (이런 걸 할 수 있는지도 몰랐네?), 식사 시간에 맞춰서 밥도 잘 먹고, 친구 슬이랑도 잘 지냈던 것 같아.
잠에 들기 전에 '유치원 내일 갈 수 있겠어?'라고 물으니 '응. 갈 수 있어.'라고 씩씩하게 대답해서 나를 안심시켜 주었어. 내심 못 가겠다고 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참 다행이야.
유치원도 이렇게 걱정되고 신경 쓰이는 일이 많은데, 초등학교 첫 입학은 또 어떨지 궁금하네. 첫 등원 전에 사진이라도 찍을 걸 그럴 여유도 없었네. 내일이라도 사진을 한 장 남겨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