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같던 유치원 등원 첫 주

by 차솔솔

1989년 3월 7일


2025년 3월 7일


유치원 등원 첫 주가 끝났다.


1989년의 나는 당시 시골에 사시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예쁨을 받으며 기분이 한창 좋았는데, 2025년의 나의 아이 이솔은 그렇지 못하다. (해솔이는 언니가 없는 시간 한정으로 기분이 좋다. 노래가 나오면 박수도 치고 입을 함지박만하게 벌리며 웃어준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이 든지 이솔이는 다시 아기로 돌아갔다. 나에게 꼭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낮잠을 자지 않아 피곤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낯선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건지 알 수가 없다. 동생 해솔이에게 화풀이 하기도 하고, 괜히 물건을 툭툭 치기도 한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지 난감하기만 하다. 이솔이의 짜증에 저녁만 되면 온 집안이 살얼음판이다. 일단 이번주는 힘든 이솔이의 마음을 보듬어 주려고 한다.


유치원 셔틀을 탈 때 힘내라고 온 가족이 출동하여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고, 이솔이의 목걸이에 작은 하트를 그려주며 엄마 생각이 나면 보라고 했다. 첫 날과 둘째날은 유치원에 안 가겠다고 하진 않았는데, 셋째날에는 기어이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징징거렸다. 하는 수 없이 이솔이의 애착템인 '빨간 티셔츠'를 가방에 넣어주었다. 그럼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이솔이의 기분을 어찌해야할까. 금요일 등원길엔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결국, 시간이 답이겠지.


어제 저녁, 예전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이솔이가 놓고 간 물건이 있다며 전화를 주셨다. 어린이집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더니 환하게 웃는 이솔이. 유치원 등원 첫 날 아침, 식탁에서 어린이집 선생님께 편지를 쓴다며 그림을 그렸는데 하원 길에 선생님께 드려야겠다. 적응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놓고 간 물건을 받을 겸 이솔이와 함께 어린이집에 잠깐 다녀와야지. 보고 싶던 선생님의 보면 마음이 좀 나아지려나.

어린이집 선생님께 쓴 편지(말만 편지지 그림과 이솔어가 마구 써 있다)


그나마 내가 육아휴직으로 여유있을 때 이솔이를 유치원에 보내서 다행이다 싶다. 올해 어린이집을 일 년 더 보내고 싶었는데, 유치원에 보내길 잘했다 싶다. 내년에 해솔이 어린이집 첫 등원 적응시키고 복직해서 나도 적응하는 와중에 이솔이까지 유치원을 보냈다면 분명 병이 났을 것 같다.


입 짧은 이솔이가 좋아하는 LA갈비를 구워주고, 집에 오면 폭풍 칭찬 및 뽀뽀 세례를 해 주고, 좋아하는 드레스를 입혀주고 공주놀이를 마음껏 해주어야지. 앞으로 다가올 해솔이의 어린이집, 유치원, 이솔&해솔의 초,중,고등학교의 적응을 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닐텐데. 이 또한 지나가리. 아기가 된 이솔이를 꼭 안아주어야 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유치원 첫 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