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2일
가수 정준일씨의 콘서트를 처음 갔을 때의 일이다. 콘서트 중간에 토크가 있었다. 그가 스무 살 언저리에 썼다는 발라드를 부르고 나서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요. 아니 정말로, 그런 사랑은 이미 지나갔을지도 모르죠."
관객석 사이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지만 웃을 수 없었던 건 내가 몇 안 되는 혼자 온 관객이기 때문만은 아닐 거다. 아무리 애를 써보아도, 한참을 빠져있어도 딱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내게 그런 사랑은 언제쯤 소리 소문 없이 왔다 간 걸까? 사실 제대로 된 연애 같은 건 해본 적이 없다.
지나간 연인들은 정말로 사랑하지 않았던 거냐면, 곤란하지만 그건 또 아니다. 너무나 쉽게 연애 감정에 빠졌던 까닭일까. 도무지 진지할 수가 없었다. 꽁꽁 싸매어놓고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곤 했다. 그 사이 가장 사랑했던 순간은 지나가버린 걸까?
다시 한번 콘서트 이야기. 정준일씨의 공연을 보기 몇 달 전에는 가수 윤종신씨의 콘서트를 다녀왔다. 조금 더 관록이 쌓인 이 음악가는 뭐라고 이야기했을까? 때마침 콘서트의 주제는 '작사가 윤종신'이었다. 그는 자신의 노랫말에 관해 이렇게 정리한다. "첫 이별의 그 지독한 기억, 그 순간의 지질했던 감정으로, 40대가 돼버린 지금까지 노래를 쓰고 있습니다" 문득 이별은 보편적이고, 추억은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에게도 그런 사랑은 다 지나가버린 게 아닐까. 오래 전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려 한게 아닌가. 그 누구에게도 그런 사랑을 받지 못할 것임을. 그리고 나 자신도 그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하지 못할 것임을. 이미 그럴 나이는 지나버렸으니깐. 사랑은 나도 모르게 지나가버렸고, 빈자리를 가늠할 뿐이겠지.